독일에 살면서 독일인들이 차갑고 내향적이고 벽이 있지만 그러면서도 은근 모순적이라고 느낀게 있다.
바로 이웃관계이다.
어렸을때처럼 같은 건물에 사는 사람들이 마주치면 인사하고 그 근방에 산책하면서 인사한다.
그리고 마르쎌과 나는 이미 우리 구역 한 마당발인 이웃과 친해졌다.
그 이웃은 주기적으로 건물 가든에 캠프파이어도 하고 몇번 집에가서 맥주도 마시고 수다떨었다.
그러면서 다른 이웃들과도 조금씩 교류를 하고있다.
요즘 한국에선 참으로 보기 힘든 광경이기도 하다.
무튼 그래서 독일에서 살땐 이웃 복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우린 우리 건물 꼭대기에 또라이 알콜중독자가 이사오기 전까진 이웃복이 많았다.
하지만 그녀가 오면서 모든걸 다 앗아간것 같다.
처음 그 여자가 이사오고 인사할 때 솔직히 약쟁이인줄 알았다. 정말 피폐한 얼굴, 추레한 옷차림.. 걸걸한 말투.
그녀와 그녀의 개가 같이 이사왔는데 그 개는 그 여자가 집을 비우면 맨날 짖어댔다.
불쌍한 개... 지금 생각해보면 그 개의 분리불안이라고 해야하나 매일 그렇게 짖어대는 불안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간다.
왜냐하면 그 여자가 이사오고 얼마 지나지않아 일은 발생했다.
참고로 우리집은 땅층, 한국식 1층. 그 여자는 한국식 3층에 산다.
밤에 자다가 누군가 싸우는 소리에 잠을 깼다.
윗윗층인데도 불구하고 그 여자와 남친이랑 싸우는 소리, 온 건물이 떠나가게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매우 잘 들을 수 있었다..
놀란 마르쎌과 앞집 아저씨가 달려 올라가 경찰에 신고했고 그 여자는 병원에 가고 개는 결국 동물보호소로 갔다.
그리고나서 담날 그 여자는 바로 돌아왔고, 남친도 돌어왔다.
그 여자는 그 맞으면서 살려달라고 외치게 만든 남친을 쫒아내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 밤마다 살려달라고 울부 짖으며 싸웠다.
이상한건 우리가 경찰을 부르면 그런적 없다고 경찰을 돌려보낸다.
그리고 겁나 싸우고 살려달라고 외친다. 우리가 무시하면 이제 살려달라 나는 성폭행당하고 있다고 외친다.
첨엔 다 진짜인줄 믿고 완전 연민에 바라보았으나 몇번을 올라갔던 마르쎌에게 들은 이야기는 좀 달랐다.
그 여자가 싸우면서 살려달라 성폭행당하고 있다고 해서 놀란 마르쎌이 올라갔는데 문에서 들리는 소리는 그 남친으로 보이는 사람이 멀리서 나 나가게해줘!!! 라고 외치고 있었던 것.
그 여자는 문 코앞에서 쩌렁쩌렁 소리를 지르는데 그 남친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외친다는 것이였다.
그런데 어떻게 사람을 때리고 성폭행하는 것이 가능한다.
몇번 치고박고 싸운것 같긴한데, 성폭행은 점점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웃긴건 경찰만 부르면 경찰한테는 아무일이 없다고 경찰을 돌려보내고 그 지긋지긋한 짓을 다시 반복한다.
개빡친 마르쎌은 프로토콜을 작성해나갔다.
예전 박근혜 국정농단 때, 뉴스에서 독일 어느 시골에 정유라가 살았는데 그 이웃집 노부부가 그 정유라가 수상하다며 그런 수상한 짓들을 기록한 일기같은 것을 기자에게 줬던 장면이 나는 너무 신기해서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저런걸 쓴다고?? 스토커 아니야? 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다 마르쎌은 바로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그 짓을 하고 있는 것이였다.
참고로 독일은 이런게 전혀 불법이 아니다.
독일은 사생활 보호 때문에 녹화와 녹음이 불법이다. 대신 그렇게 날짜와 시간을 적고 무슨일이 있었는지 수기로 적은것은 기록으로 인정이 된다.
그렇게 마르쎌은 프로토콜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너무 이상했던 건, 그 여자랑 한번은 같이 집 건물로 들어온적이 있었는데 본인 남편이 가끔 온다고 하면서 자식 이야기를 하길래, 한 50살정도 되어 보여서 니 애들은 어디있는데? 라고 물어보니까
대뜸 자기 배를 까면서 여기 있잖아! 나 임신했다니까. 라고 자기 배를 보여줬다.
자기가 쌍둥이를 임신하고 있다며... 하지만 그건 누가봐도 늙고 주름지고 술을 너무 많이 먹어 살이 찐 알콜중독자의 배였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그냥 살짝 웃으면서 아 그래? 하고 넘겼다.
제정신도 아닌것 같고 거짓말을 밥먹듯이한다.
마르쎌은 이런것들을 다 남기면서 집주인에게 보냈고, 그 여자는 Abmahnung이라는 경고를 받게된다.
세번쯤 받으면 집주인이 그 여자를 내쫒을 수 있다고한다.
독일은 세입자 위주라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기가 여간 까다롭다. 그래서...
우린 아직도 그 여자와 함께 살고있다.
저 경고장을 받고 그 여자는... 마르쎌을 고소하게된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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