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년 여름, 람슈타인 이탈리아 파도바 콘서트를 위해 베네치아로 떠났다.
생애 첫 람슈타인 콘서트였기 때문에! (총 3회 관람)
휴가를 써서 파도바 옆 도시인 베네치아와 돌로미티까지 돌고왔다.
목적은 람슈타인이였지만 결과는 북부 이탈리아 여행이 되벌였다.
건축을 공부해서 그런지 주변 도시가 있으면 꼭 유명한 건축물은 없나 찾게된다.
나의 팁은 아키데일리에 가려고 하는 목적지를 적어서 검색하면 괜찬은 인테리어의 카페나 유명한 건축가가 한 건축물이 나온다. 브리온 묘원도 생각을 안하고 있다가 그런식으로 찾았다.
대학교때 지도교수님이 알려줬던 카를로 스카르파.
진짜 엄청난 건축가이다.
공예를 먼저 시작해서 건축, 가구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너무 섬세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많이 남겼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작품들이 많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브리온 묘원이다.
브리온 묘원은 브리온베가의 창업주가 죽어서 묻힌 곳이다.
여기엔 그와 그의 아내가 묻혀있고 심지어 크를로 스카르파까지 묻혀있다.
돈이 얼마가 되든 상관없으니 원하는대로 만들라고 했다고 한다.
역쉬...
자기가 디자인한거지만 최고의 역작이기 때문에 본인도 묻히고 싶어했던 카를로 스카르파. ㅎㅎㅎ
(나는 그냥 바다에 뿌려줘..)
분위기가 너무 이국적이다보니 듄 2의 촬영지였기도 하다.
독일에 살면 좋은 점은 이렇게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단 것이다.
단점은 좋아하는 한국 건축가의 작품들은 보지 못한다...
그래도 학교에서 배운 건축물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기회를 가지는 것부터가 너무 좋다.
(건축학도 여러분 독일 오세요~)
묘원인 만큼 이 건축물의 상징성은 대단하다.
위에 보이는 두개의 겹쳐진 원이 나타내는 도형도 Vesica piscis라는 것에서 유래했는데 동일한 크기의 두 원의 렌즈형 교차점을 나타내는 기하학적 도형을 나타내고 이 도형은 신성한 건축물에 자주 사용되며 만돌라 라고 불리운다.
실제로 보면 원의 중심을 교차하고 있지만 위에는 그렇지는 않다.
배치도를 보면 이렇게 ㄴ자로 배치가 되어있다. 그리고 왼쪽 하단의 원이 바로 브리온 가의 부부의 무덤이다.
옆의 마름모는 기도실이다. 왼쪽 위는 연못을 배치해서 연꽃이 있다.
이 연꽃또한 상징성이 있다고 봐야한다. 카를로 스카르파는 또한 일본 문화의 영향도 많이 받아서 실제로 이 브리온 묘원엔 동양적인 것들도 많이 있다.
브리온 묘원의 대표 입구.
카를로 스카르파의 특징인 떠있어보이는 계단이 정말 잘 나타나있다.
이사람은 정말 디테일이 예술이다.
보통 이런사람치고 안예민한 사람이 없던데.. 생전 성격이 좀 예상이 된다.
(지금까지 겪어본 결과 이런 사람치고 안또라이인 사람이 없음)
내 생각이긴 하지만 원의 띠인 빨간색과 파란색도 동양의 음양을 나타내는 것도 같다.
입구 반대편에서 바라본 묘지쪽.
디테일 정말....
그리고 복도를 보면 저렇게 수로의 물이 비춰서 천장에 물결이 표시된다.
내가 좋아하는 부분.
건물을 나오면 들판에 이렇게 부부의 묘지가 자리잡고 있다.
디테일 보소.. 아니 이 거대하고 육중한 콘크리트를 어떻게 이렇게 가볍게 띄웠을까.
묘지에서까지 보이는 그의 디테일.
죽어서도 사이좋으라고 묘지도 기울여놨다.
(합장을 하게 하지왜..)
묘지 반대편엔 이렇게 수공간이 있다.
앉아야 잘 보이는 연못. 일어서면 앞을 벽이 가리고 있다.
여기서도 느껴지는 그의 변태적인 디테일들
혼자서 느꼈던 이 공간의 클라이막스이자 카를로 스카르파의 디테일의 결정체!!!
바로 이렇게 입구에서 본 두 원이 겹쳐진 작은 조각과 거기로 통해서 보면 두 부부의 묘지가 보인다.
와... 미친놈.
솔직히 너무 멋있고 한편으론 너무 디테일해서 소름이 좀 돋았다.
묘지를 지나 기도실쪽으로 가면 마름모 꼴의 기도실이 나온다.
이곳에서 듄2를 촬영한 것 같다.
딱봐도 디테일들이 지구상의 디테일이 아닌것도 같다.
저 끊임없는 계단 장식... 저건 연못 안에서까지 이어진다.
보이는가 그의 광기가.
아 근데 정말 너무 멋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저 광기 계단 장식
소용돌이라는 만화책이 있었다.
그거 보다가 진짜 보는 내내 그 소용돌이에 시달렸는데 여기서도 약간 그런느낌?
하지만 소용돌이와는 다르게 실제로는 전혀 과하지 않다.
이렇게 디테일이 넘쳐흐르는데도 과하거나 그렇지 않고 아름다운 느낌이 나는건 역시 거장이여서 그런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담장엔 중국어 한자, 쌍희 희 자를 그대로 넣었다.
행복을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이것을 보면 카를로 스카르파가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엿볼 수 있다.
사실 서양의 묘원은 이런식보다는 그냥 공원에 묘지만 가득하다. 그게 서양식 묘원인데 이 브리온 묘원은 우리나라 종묘나 병산서원 같은 거닐며 사색하며 그런 동양적인 공간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카를로 스카르파가 확실히 동양적인 죽음의 문화에 영향을 받았단 것을 알 수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정말 아름답고 곳곳마다 감동하는 곳이다.
가서 가만히 앉거나 거닐며 사색하는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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