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젤 신나는 시간

 

어느덧 건축사무소에서 일한지 2주차가 지났다.

정말 2주가 순식간에 지나가서 글을 남길만한 여유가 되지 못하였다.

이제서야 한숨잠깐 돌리고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먼저 우리사무실은 소장들까지 합해서 약 20명정도다.

이중에 두세명정도가 Teilzeit로 일하고 있는것 같다.

 

처음 한주동안은 집으로 가란소리를 안해서 혼자 야근을 했다.

야근을 해도 건축의 경우 독일도 마찬가지로 야근수당을 잘 주지 않는다.^^

물론 주는 회사도 있지만 우리회사는 처음에 면접볼때 야근하면 다음날 일찍 퇴근할수 있다고 했는데 옆에 소장이 

"얘는 배워야하니까 그런건 초반엔 없다" 라고 한게 맘에 걸려서... 야근 졸라했다.

 

야근해서 소장이랑 같이 퇴근한게 8시^^

그래도 안돼는 독일어를 써서그런지 한국에서 10시 11시까지 야근할때랑 똑같이 피곤했다.

 

우리회사가 좋다고 생각했던건 처음에 점심시간이 45분이여서 뭐지 왜 점심이 60분이면 60분이지 애매하게 30분도 아니고 45분은 뭐지 싶었는데 알고보니 월화수목 15분을 모아서 금요일날 1시간 일찍 퇴근한다.

 

이게 정말 꿀이다.

그리고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서 너무 좋다. 진짜 그전에 있었던 한국 사무실은 소규모라서 청소 일주일마다 한번씩 했는데 사실 좀 귀찮았었다. 그리고 비서가 따로 있어서 전반적인 서류들은 다 그분이 관리해서 진짜 일만 딱 할수있다.

대부분 막내였던 내가 이상한 뒤치닥꺼리 다했는데 여긴 정말 일만 할수있게 해준다.

심지어 식기 세척기까지 있어서 커피먹은 컵도 설거지 하지 않는다. 오직 점심싸온 내 도시락만 하면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정말 다 친절하다.

한국인의 친절과 비교하면 다른 친절이지만 다들 좋게 봐주는것같다. (일단은...?)

특히 소장이 좀 친절한데 그래서 열심히 하려고 항상 노력중이다.

 

젤 힘든거는 역시 독일어이다.

사실 독일어만 빼면 일 참 할만하다고 생각한다.

ㅠㅠ

 

내가 맡은 프로젝트는 리모델링 프로젝트인데 지금 전임자가 곧 그만두기 때문에 3월부터는 다 정말 나혼자해야해서 걱정이 태산이지만... 그건 또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진짜 어디에 뭐가 있는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무엇을 빠트리면 안돼는지를 항상 숙지하려고 노력중이다.

 

내 프로젝트 담당자가 두명이나 바뀌어서 폴더도 그렇고 파일도 엉망이다.

(이 모든건 첫번째 담당자가 똥싸놓고 갔다고..)

 

지금 프로젝트에서 내가 주로 하고있는건 LP6-7, 간혹 LP3 또는 LP5를 하고 있다.

LP는 Leistungsphase의 약자인데 건축단계? 뭐 그런느낌이다.

LP3은 허가 전단계인 계획설계랑 느낌이 비슷하고 LP5는 실시설계 그리고 LP6은 이제 견적이랑 LP7은 견적낸거 주문하고 받고 그러는 거랑 비슷하다.

 

그래도 다행인건 전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공사까지 해봤다는게 LP6,7을 이해하고 수행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진짜 힘들었던 시기인데 지금보니 그래도 도움되는구나 싶어서 다시한번 뿌듯하고 좋았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정말 다르다고 생각했던건 나이든 여성분들이 많았다.

여성이 총 8명인데 내가 제일 어리고, 결혼 안한 사람도 나밖에 없고, 애 없는사람도 나밖에 없고, 

30대 40대가 한 세명쯤 되는거같고 40대 후반에서 60대가 다섯명쯤 되는것같다.

심지어 나랑 같이 새로 온 여성분이 있는데 이분은 건축경력이 30년 넘었다고 한다.

이분들 자녀는 다 20대. 

 

한국에서는 전부 사무소마다 나 혼자 여자였고, 내 동기들도 그러했고, 20대 자녀분들을 둔 여성건축가,,, 흠 글쎄?

결혼하지 않은 40대 후반 건축가는 그래도 한두분 봤던거같은데 20대 자녀를 두고 있고 30년의 건축경력을 가진 여성 건축가는 한국에서 한명도 보지못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보통 사수를 보면 내 미래가 그려진다고한다.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한국에서 내 미래를 그려보았을땐 40대 건축일을 하고있으면 결혼을 안했을 확률이 더 높겠구나 싶고 그래서 사실 결혼하고 애를 낳아서 기르면서 건축을 할수있을까 싶었고 경력이 단절되지않기 위해 나는 어떤일을 해야할까 혹은 그거 자체가 잘 상상이 안갔다.

 

하지만 2주가 지난 지금 동료들을 보면서 내가 그린 미래 모습이 조금 달라진거 같다.

내가 여기에 계속 산다면, 애를 낳던 낳지않던, 결혼을 하건 하지않건 나는 그것과 관계없이 건축을 계속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내 개인상황 때문에 건축을 하고싶어도 그만두는 일이 생기지 않겠다 싶었다.

 

여기는 연금수령연령이 70대라는데 앞으로 잘리지않으면 40년은 더 일할수 있다.

얏호 (일하다 죽겠다 하하하하)

 

하루하루 잘 버텨보자

 

  1. Hyedy 2020.02.18 16:43 신고

    저는 첫 2주가 어땠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아마 정신없이 흘러갔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막내가 청소랑 컵도 다 씻어야하는거에요? 충격이네요...😂독일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미래에 관해서는 저도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데 여긴 나이든 여자분들도 많이 일하더라구요.
    저도 제 사수를 보면서 '나도 나중에 이렇게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네요ㅎㅎ둘 다 화이팅합시다~

 

엡루가 사온 케익과 샴폐인! 남자복은 잘 모르겠는데 내가 룸메 복은 확실히 있다! 

 

 

두달 뒤 울면서 짐싸면서 한국갈꺼같았던게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구직에 성공했다.

사실 완전한 성공은 아직 이르다.

 

여기는 6개월의 수습기간이 있고 나는 그 수습기간을 거쳐야 진정한 직원이 된다.

산넘어 산이고 퀘스트깨니 더 어려운 퀘스트가 나오는것같다.

비자퀘스트... 독일어 퀘스트.... 프로그램퀘스트... 회사적응 퀘스트.....휴....

 

먼저 나는 건축협회사이트를 둘러보면서 2개월내의 구직공고를 낸 회사에 지원했고

두번째는 구글맵을 펴놓고 쫙 한바퀴 돌면서 모든 독일 사무소의 홈페이지를 들어가보고 거기에 따로 구직공고가 있으면 지원했다.

그렇게 20군대를 지원하고 인터뷰 달랑 두개를 얻었다.

그리고 인터뷰 두군데에 탈락.

둘다 좋은느낌이였는데!!!!

 

그리고나서 이제 나는 절망하며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누구인데요. 물어보고싶은게 있는데 거기 자리있나요?"

그렇게 한 열군데에서 "응 한번보내봐" 라는 대답이 온곳이 열네군데 정도 있어서 보냈다.

그리고 거리가 참 먼 브라인슈바익에 두군데에도 냈다. 취업만 하자는 목표로

 

문의와 전화돌리고 지원한곳을 치면 총 45군데쯤 들쑤시고 다닌것같다.

 

그렇게 또 거기서 두개의 인터뷰를 보게되었다.

 

최종적으로 나를 뽑은 회사는 3명의 소장과 한명의 건설파트너.

그리고 사무소에 중국인 직원 1명과 한국인 직원1명이 더 있었다.

나는 이들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이들이 동양인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해주었기 때문에 내가 뽑힌거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바보같은 짓을 하나했는데.

금요일날 이른 오전에 나를 뽑은 사무소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분명 나에게 월요일날 연락을 준다고해서 알겠다고했는데, 오후에 전화가 왔고,

전화에 익숙치 않은 나는 그 사무소를 다른사무소로 착각하고 만다.

(전화번호를 저장했었어야지 이 등신아ㅠㅠㅠ)

"월요일날 계약을 위한 인터뷰를 보자. 2월부터 일을 시작해야하니까 어쩌고저쩌고"

나는 '와 이회사는 나를 인터뷰하기도 전에 계약이야기를 꺼내네 내가 되게 맘에 들었나봐~'

하고 혼자 좋아했다. (미쳤던거같음) 

그리고 월요일 열시에 그 잘못된 사무소를 갔는데

소장도 없고, 직원이 좀 있다가 "너 약속있는거 확실하니? 소장이 약속 없다는데?"

무슨 소리냐 하면서 단호한 표정으로 "아냐, 약속있어."

"소장이 약속없다고 나중에 연락준다고 지금 미팅못하니까 나중에 오래"

"알겠어"

(속으로 예의가 없다고 궁시렁거렸음)

그리고 나와서 부재중전화가 있길래 전화를 했다.

 

그 나를 뽑은회사였다.

"어쩌고저쩌고 오늘 약속을 하고싶은데 어쩌고저쩌고" 라고 말하는거보면서 올타커니 나랑 계약하겠구나 싶어서

"나 오후에 될꺼같아" 라고 말하고 오후 두시로 약속을 잡고 갔더랬지.

 

나를 보면서 소장이 하는말

"오늘 열시에 왜 오지 않았어?"

"??????????????!!!!!!!!!!!!!!!!!!!!!!!!!!!!!"

그렇다. 나는 다른 사무소가서 앉아있었던 것이다.

와..... 그때부터 등에 소름이 돋고, 내가 미안하다고... 계약서에 사인하면서

와..... 나 취업못할뻔했네????

소장은 문제없다면서... 그러길래 내가 아 나 다른회사인줄알고 다른회사가서 앉아있었다.

하니까 어이없게 웃더라........

그러면서 "월요일 출근인건 알겠지?"

"응!! 하하;;; "

 

하하하하하 내첫인상 존망......

나 독일어 잘한다고 칭찬받고, 한껏 자신감있는 태도로 프로그램도 독일어배우는것과 같이 빨리배울수있다고 큰소리쳤는데...휴...

심상치 않다 정말 나를 죽이고싶었다.

 

그리고 그 다른 사무소는 정말.... 얼마나 황당했을까... 심지어 집 바로 코앞에 있는 사무소인데,

웬 동양인이 테어민도 없는데 있다고 앉아있고.......... 바꿔 생각하니 무섭다......

 

 

 

무튼 이제 한단계는 가까스로 통과했으니 다음은 수습기간을 원할하게 거치고 정식직원이 되는게 다음 목표가 되었다.

 

열심히 하자 정말!

 

 

독일에서 설계사무소에 일하고 싶다면, 프로그램 아키캐드를 익혀서 오는것도 좋은것같았다.

(그리고 인터뷰 본 회사 전화번호를 꼭 저장할것....꼭....)

다른도시는 잘모르겠지만 하노버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아키캐드를 많이쓴다.

래빗도 종종봤는데 정말 드물고 대부분 아키캐드였다.

오늘부터 열심히 유튜브보면서 배우려고 한다.ㅠㅠ

첫인상 만회하기!

  1. Hyedy 2020.01.29 02:53 신고

    취직하신거 너무 축하드려요!! 🎉인터뷰 본 회사의 번호 저장하기..좋은 팁이네요!!
    타국에서 같은 한국인 한 명만 있어도 반가운데 같은 회사에 한국인이 있다니 너무 부럽습니다
    앞으로 회사 생활도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

    • 감사합니닷!!! 저도 워홀 비자로 와서 비자 바꾸는 포스트 보고 도움 많이 얻었어용
      함부르크에 맛있는 한인식당이 많아서 자주가게될꺼같은데 언제 한번 뵈어용!!

    • Hyedy 2020.01.29 03:08 신고

      헉 너무 좋습니다 🙌저는 언제나 함부르크에 있으니 오시기 전에 연락주세요!

    • 네 연락드릴게요오😊

  2. :::::: 2020.01.29 18:42 신고

    축하드려요 ㅎㅎ 역시 좋은 소식 들릴 줄 알았어요 ㅎㅎ 나머지 일들도 착착 잘 풀리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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