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 외노자 2주차 후기

2020. 2. 18.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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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젤 신나는 시간

 

어느덧 건축사무소에서 일한지 2주차가 지났다.

정말 2주가 순식간에 지나가서 글을 남길만한 여유가 되지 못하였다.

이제서야 한숨잠깐 돌리고 기록을 해보려고 한다.

 

먼저 우리사무실은 소장들까지 합해서 약 20명정도다.

이중에 두세명정도가 Teilzeit로 일하고 있는것 같다.

 

처음 한주동안은 집으로 가란소리를 안해서 혼자 야근을 했다.

야근을 해도 건축의 경우 독일도 마찬가지로 야근수당을 잘 주지 않는다.^^

물론 주는 회사도 있지만 우리회사는 처음에 면접볼때 야근하면 다음날 일찍 퇴근할수 있다고 했는데 옆에 소장이 

"얘는 배워야하니까 그런건 초반엔 없다" 라고 한게 맘에 걸려서... 야근 졸라했다.

 

야근해서 소장이랑 같이 퇴근한게 8시^^

그래도 안돼는 독일어를 써서그런지 한국에서 10시 11시까지 야근할때랑 똑같이 피곤했다.

 

우리회사가 좋다고 생각했던건 처음에 점심시간이 45분이여서 뭐지 왜 점심이 60분이면 60분이지 애매하게 30분도 아니고 45분은 뭐지 싶었는데 알고보니 월화수목 15분을 모아서 금요일날 1시간 일찍 퇴근한다.

 

이게 정말 꿀이다.

그리고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서 너무 좋다. 진짜 그전에 있었던 한국 사무실은 소규모라서 청소 일주일마다 한번씩 했는데 사실 좀 귀찮았었다. 그리고 비서가 따로 있어서 전반적인 서류들은 다 그분이 관리해서 진짜 일만 딱 할수있다.

대부분 막내였던 내가 이상한 뒤치닥꺼리 다했는데 여긴 정말 일만 할수있게 해준다.

심지어 식기 세척기까지 있어서 커피먹은 컵도 설거지 하지 않는다. 오직 점심싸온 내 도시락만 하면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정말 다 친절하다.

한국인의 친절과 비교하면 다른 친절이지만 다들 좋게 봐주는것같다. (일단은...?)

특히 소장이 좀 친절한데 그래서 열심히 하려고 항상 노력중이다.

 

젤 힘든거는 역시 독일어이다.

사실 독일어만 빼면 일 참 할만하다고 생각한다.

ㅠㅠ

 

내가 맡은 프로젝트는 리모델링 프로젝트인데 지금 전임자가 곧 그만두기 때문에 3월부터는 다 정말 나혼자해야해서 걱정이 태산이지만... 그건 또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진짜 어디에 뭐가 있는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무엇을 빠트리면 안돼는지를 항상 숙지하려고 노력중이다.

 

내 프로젝트 담당자가 두명이나 바뀌어서 폴더도 그렇고 파일도 엉망이다.

(이 모든건 첫번째 담당자가 똥싸놓고 갔다고..)

 

지금 프로젝트에서 내가 주로 하고있는건 LP6-7, 간혹 LP3 또는 LP5를 하고 있다.

LP는 Leistungsphase의 약자인데 건축단계? 뭐 그런느낌이다.

LP3은 허가 전단계인 계획설계랑 느낌이 비슷하고 LP5는 실시설계 그리고 LP6은 이제 견적이랑 LP7은 견적낸거 주문하고 받고 그러는 거랑 비슷하다.

 

그래도 다행인건 전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공사까지 해봤다는게 LP6,7을 이해하고 수행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진짜 힘들었던 시기인데 지금보니 그래도 도움되는구나 싶어서 다시한번 뿌듯하고 좋았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정말 다르다고 생각했던건 나이든 여성분들이 많았다.

여성이 총 8명인데 내가 제일 어리고, 결혼 안한 사람도 나밖에 없고, 애 없는사람도 나밖에 없고, 

30대 40대가 한 세명쯤 되는거같고 40대 후반에서 60대가 다섯명쯤 되는것같다.

심지어 나랑 같이 새로 온 여성분이 있는데 이분은 건축경력이 30년 넘었다고 한다.

이분들 자녀는 다 20대. 

 

한국에서는 전부 사무소마다 나 혼자 여자였고, 내 동기들도 그러했고, 20대 자녀분들을 둔 여성건축가,,, 흠 글쎄?

결혼하지 않은 40대 후반 건축가는 그래도 한두분 봤던거같은데 20대 자녀를 두고 있고 30년의 건축경력을 가진 여성 건축가는 한국에서 한명도 보지못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보통 사수를 보면 내 미래가 그려진다고한다.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한국에서 내 미래를 그려보았을땐 40대 건축일을 하고있으면 결혼을 안했을 확률이 더 높겠구나 싶고 그래서 사실 결혼하고 애를 낳아서 기르면서 건축을 할수있을까 싶었고 경력이 단절되지않기 위해 나는 어떤일을 해야할까 혹은 그거 자체가 잘 상상이 안갔다.

 

하지만 2주가 지난 지금 동료들을 보면서 내가 그린 미래 모습이 조금 달라진거 같다.

내가 여기에 계속 산다면, 애를 낳던 낳지않던, 결혼을 하건 하지않건 나는 그것과 관계없이 건축을 계속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내 개인상황 때문에 건축을 하고싶어도 그만두는 일이 생기지 않겠다 싶었다.

 

여기는 연금수령연령이 70대라는데 앞으로 잘리지않으면 40년은 더 일할수 있다.

얏호 (일하다 죽겠다 하하하하)

 

하루하루 잘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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