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맡고있는 현장.

 

 

독일 오기 전에 3년정도를 서울 소재의 아뜰리에에서 일을 했다.

사실 3년동안 두군데를 다닌거라 완벽하게 잘 알진 못하지만 두번째 사무소에서 그래도 3개 4개의 소규모 프로젝트를 끝마쳤기 때문에 건축의 프로세스는 어느정도 알고있다고 할수있다. 지금은 다 까먹은거 같지만....ㅎㅎ

 

내가 독일오기전에 가장 궁금했던건 독일건축사사무소는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가였다.

 

나는 한국에 있을때 7명 내외의 작은 소규모 아뜰리에를 다녔고 지금은 20-30명정도의 중규모 사무소를 독일에서 다니고있다.

우리 사무소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현상설계가 없다는 것이다.

현상설계는 공모전처럼 몇개의 사무소들이 각자의 디자인을 내면 건축주들이 선택하는 것인데 그래서 야근도 많고.. 해야할것도 많고 그렇다고 한다.

사실 아뜰리에 다닐때도 현상은 하지 않았다.

나는 현상설계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그 중 큰 이유는 바로 똑같은 고생을 했는데 누구는 당선되고 누구는 안되는 그리고 물론 대부분이 안되는 그런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노력을 들였을때 어느정도 아웃풋이 나오는 과정을 좋아해서 현상은 의욕도 잘 생기지 않고 뭐 그렇다.

원래 내가 남들과 경쟁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거같다.

 

그리고 독일과 한국사무소의 가장 큰 차이중 하나는 독일은 항상 큰사이즈로 도면을 A1, A0 이렇게 인쇄해서 다니는 반면 한국 사무소는 전부 A4혹은 A3로 축척을 맞춰서 두꺼운 책처럼 들고다닌다.

뭐가 좋은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둘다 어쨌든 거추장스럽다. 독일의 경우 커서 한번에 보기 좋고 이해가 쉽고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장점이 있지만 항상 펼쳐야하는 불편함과 그걸 인쇄해서 접을 때의 그 접는 방식의 번거로움.

 

그리고 한국사무소는 A4와 A3에 맞춰야하기때문에 장수가 상당히 많고 두껍고 무거우며 한눈에 보기가 어렵고 하지만 현장에서 바로바로 펼치고 작아서 그런지 휴대성이 용의하다. 

 

그리고 독일은 받는 돈이 공사비의 10%인가로 알고있어서 처음에 공사비 계산하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

한국의 경우 건축사의 재량이여서 정말 집장사부터 유명한 건축가까지 설계비가 천차만별이지만 여기는 법으로 최소비용이 어느정도 정해져있기 때문에 그만큼 건축사의 수입이 보장되는대신 처음에 공사비 잘못계산하면 끝인거같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시작되어 담장자가 내가 세번째이고 그래서 공사비가 정말 엉망진창이였고,

내가 진행하고 있는부분은 공사비에 포함되지 않아 내가 다시 계산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말 힘들었다.

 

한국어로 하라구 해도 힘든데 독일어로 소장에게 설명을 들어가며 공사비까지 계산하며 이게 왜 이렇게 나왔는지도 설명해야하고..... 하지만 어찌저찌 해서 지금은 소장이 검토를 해야한다.

 

한국보다 월등히 좋은점을 꼽으라면 바로 회사문화.

 

여긴 다들 수평적이다. 우리 회사는 소장이 4명인데 제일 나이많은 할아버지 소장 두명에게만 높임표현을 쓰고, 젊은 두 소장에겐 너라고 지칭한다.

심지어 젊다고 해도 40대 50대이다. 정말 너라고 할때마다 이상하고 죄짓는 기분이들지만 익숙해지려고 노력중이다.

그래서 어떤걸 말할때 내 의견을 확실히 말해야하는 부분이 처음엔 참 잘안돼었다.

 

그리고 혼을 난다기보단 내가 잘못했을때 소장의 짜증스러움을 들어야한다. ㅎㅎ 두개가 같은건지 모르겠지만

일방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혼을나야하는 상황과는 좀 다른, 짜증인거같다. 

회식도 거의 안해서 좋고 도제식이 아니여서 뭐든지 의무로 참여해야하는것도 아니여서 좋다.

연차쓰거나 휴가쓸때 눈치안보여서 좋고 휴가때 누구하나 연락오는 사람이 없어서 좋다.

그런데도 일이 잘 굴러가고 세금을 35%정도 떼는데 한국에서보다 벌이가 많아서 좋다.

 

한번은 내가 회사에서 준 마우스가 나랑 안맞고 버티컬마우스가 손목이 편한거같아서 한국에서처럼 마우스를 직접 스스로 주문해서 회사에서 쓰고있었다.

직장 동료 마리온이 와서 보더니 이거 니가 산거냐고 묻더니 이거 회사에서 쓸꺼냐고 묻더라.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소장이랑 이러쿵 저러쿵 상의해서 오더니 이거 우리가 지불할게. 

대신 이 마우스는 앞으로 회사꺼야.

이렇게 말하곤 쿨하게 그자리에서 아마존 영수증 인쇄해서 가져가더니 현금으로 주었다.

 

대형사무소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아뜰리에는 회사꺼 안쓰고 싶으면 그냥 자기가 알아서 주문해서 본인이 쓰다가 가져가고 그런거였는데!! 

이런 소소한거에 감동받는 스타일이라 이런거에 약하다.

 

무튼 의사소통의 장애만 뺀다면 회사생활은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비교를 하려고했지만 쓰고보니 우리회사 좋은점만 쓴거같은.... 한국사무소 욕만 쓴거같은... 그런느낌?

 

 

 

  1. Hyedy 2020.10.12 16:28 신고

    건축쪽은 아무것도 몰라서 흥미롭네요! 공사비 계산하는건 말만 들어도 머리 아픈거같아요ㅋㅋㅋㅋ

    • 네 머리 뽀개지는줄 ㅜㅜ 아직도 끝나지 않았답니다 ㅜㅜㅜㅜㅜ 저도 혜디님 회사생활 블로그글보면서 흥미로웠어요!! 언제 꼭한번 만나서 수다떨었으면 좋겠네요 ㅎㅎ

    • Hyedy 2020.10.16 16:34 신고

      너무 좋죠!!! 함부르크 오시게되면 꼭 연락주세요 😆

  2. 2021.08.20 06:37

    비밀댓글입니다

    • 2021.08.20 16:09

      비밀댓글입니다

 

엡루가 사온 케익과 샴폐인! 남자복은 잘 모르겠는데 내가 룸메 복은 확실히 있다! 

 

 

두달 뒤 울면서 짐싸면서 한국갈꺼같았던게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구직에 성공했다.

사실 완전한 성공은 아직 이르다.

 

여기는 6개월의 수습기간이 있고 나는 그 수습기간을 거쳐야 진정한 직원이 된다.

산넘어 산이고 퀘스트깨니 더 어려운 퀘스트가 나오는것같다.

비자퀘스트... 독일어 퀘스트.... 프로그램퀘스트... 회사적응 퀘스트.....휴....

 

먼저 나는 건축협회사이트를 둘러보면서 2개월내의 구직공고를 낸 회사에 지원했고

두번째는 구글맵을 펴놓고 쫙 한바퀴 돌면서 모든 독일 사무소의 홈페이지를 들어가보고 거기에 따로 구직공고가 있으면 지원했다.

그렇게 20군대를 지원하고 인터뷰 달랑 두개를 얻었다.

그리고 인터뷰 두군데에 탈락.

둘다 좋은느낌이였는데!!!!

 

그리고나서 이제 나는 절망하며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누구인데요. 물어보고싶은게 있는데 거기 자리있나요?"

그렇게 한 열군데에서 "응 한번보내봐" 라는 대답이 온곳이 열네군데 정도 있어서 보냈다.

그리고 거리가 참 먼 브라인슈바익에 두군데에도 냈다. 취업만 하자는 목표로

 

문의와 전화돌리고 지원한곳을 치면 총 45군데쯤 들쑤시고 다닌것같다.

 

그렇게 또 거기서 두개의 인터뷰를 보게되었다.

 

최종적으로 나를 뽑은 회사는 3명의 소장과 한명의 건설파트너.

그리고 사무소에 중국인 직원 1명과 한국인 직원1명이 더 있었다.

나는 이들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이들이 동양인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해주었기 때문에 내가 뽑힌거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바보같은 짓을 하나했는데.

금요일날 이른 오전에 나를 뽑은 사무소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분명 나에게 월요일날 연락을 준다고해서 알겠다고했는데, 오후에 전화가 왔고,

전화에 익숙치 않은 나는 그 사무소를 다른사무소로 착각하고 만다.

(전화번호를 저장했었어야지 이 등신아ㅠㅠㅠ)

"월요일날 계약을 위한 인터뷰를 보자. 2월부터 일을 시작해야하니까 어쩌고저쩌고"

나는 '와 이회사는 나를 인터뷰하기도 전에 계약이야기를 꺼내네 내가 되게 맘에 들었나봐~'

하고 혼자 좋아했다. (미쳤던거같음) 

그리고 월요일 열시에 그 잘못된 사무소를 갔는데

소장도 없고, 직원이 좀 있다가 "너 약속있는거 확실하니? 소장이 약속 없다는데?"

무슨 소리냐 하면서 단호한 표정으로 "아냐, 약속있어."

"소장이 약속없다고 나중에 연락준다고 지금 미팅못하니까 나중에 오래"

"알겠어"

(속으로 예의가 없다고 궁시렁거렸음)

그리고 나와서 부재중전화가 있길래 전화를 했다.

 

그 나를 뽑은회사였다.

"어쩌고저쩌고 오늘 약속을 하고싶은데 어쩌고저쩌고" 라고 말하는거보면서 올타커니 나랑 계약하겠구나 싶어서

"나 오후에 될꺼같아" 라고 말하고 오후 두시로 약속을 잡고 갔더랬지.

 

나를 보면서 소장이 하는말

"오늘 열시에 왜 오지 않았어?"

"??????????????!!!!!!!!!!!!!!!!!!!!!!!!!!!!!"

그렇다. 나는 다른 사무소가서 앉아있었던 것이다.

와..... 그때부터 등에 소름이 돋고, 내가 미안하다고... 계약서에 사인하면서

와..... 나 취업못할뻔했네????

소장은 문제없다면서... 그러길래 내가 아 나 다른회사인줄알고 다른회사가서 앉아있었다.

하니까 어이없게 웃더라........

그러면서 "월요일 출근인건 알겠지?"

"응!! 하하;;; "

 

하하하하하 내첫인상 존망......

나 독일어 잘한다고 칭찬받고, 한껏 자신감있는 태도로 프로그램도 독일어배우는것과 같이 빨리배울수있다고 큰소리쳤는데...휴...

심상치 않다 정말 나를 죽이고싶었다.

 

그리고 그 다른 사무소는 정말.... 얼마나 황당했을까... 심지어 집 바로 코앞에 있는 사무소인데,

웬 동양인이 테어민도 없는데 있다고 앉아있고.......... 바꿔 생각하니 무섭다......

 

 

 

무튼 이제 한단계는 가까스로 통과했으니 다음은 수습기간을 원할하게 거치고 정식직원이 되는게 다음 목표가 되었다.

 

열심히 하자 정말!

 

 

독일에서 설계사무소에 일하고 싶다면, 프로그램 아키캐드를 익혀서 오는것도 좋은것같았다.

(그리고 인터뷰 본 회사 전화번호를 꼭 저장할것....꼭....)

다른도시는 잘모르겠지만 하노버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아키캐드를 많이쓴다.

래빗도 종종봤는데 정말 드물고 대부분 아키캐드였다.

오늘부터 열심히 유튜브보면서 배우려고 한다.ㅠㅠ

첫인상 만회하기!

  1. Hyedy 2020.01.29 02:53 신고

    취직하신거 너무 축하드려요!! 🎉인터뷰 본 회사의 번호 저장하기..좋은 팁이네요!!
    타국에서 같은 한국인 한 명만 있어도 반가운데 같은 회사에 한국인이 있다니 너무 부럽습니다
    앞으로 회사 생활도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

    • 감사합니닷!!! 저도 워홀 비자로 와서 비자 바꾸는 포스트 보고 도움 많이 얻었어용
      함부르크에 맛있는 한인식당이 많아서 자주가게될꺼같은데 언제 한번 뵈어용!!

    • Hyedy 2020.01.29 03:08 신고

      헉 너무 좋습니다 🙌저는 언제나 함부르크에 있으니 오시기 전에 연락주세요!

    • 네 연락드릴게요오😊

  2. :::::: 2020.01.29 18:42 신고

    축하드려요 ㅎㅎ 역시 좋은 소식 들릴 줄 알았어요 ㅎㅎ 나머지 일들도 착착 잘 풀리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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