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국에서 일한 년수보다 독일에서 일한 년수가 더 오래되었다.
내가 독일오기전에 가장 궁금했던건 한국인들이 독일 설계사무소에서 어떻게 일할까? 이다.
내가 일하는게 모든 독일사무소의 모습은 결코 아니고 케바케 사바사이지만, 그래도 나의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한국에서는 4년정도 일했고 프로젝트 한 세개정도를 끝마쳤다.
독일에 와서는 3년동안 L사무실에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중간부터 맡아서 끝냈고 지금 있는 사무실에선 2년동안 팀으로 작업하며 실시설계를 위주로 하고 있다.
한국에선 주택과 마지막에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독일에선 모두다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위주로 하고있다.
독일 첫 사무소는 20명 남짓한 동료직원과 4명이 소장이였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는 소장이랑 둘이서 부동산 회사 사옥 리노베이션이였다.
사옥이 보존건물로 지정되서 외관은 건드릴 수 없어서 주로 내부를 위주로 작업했고 마지막에 로비부분이 그래도 건축적이고 재밌었던 프로젝트였다.
내부 프로젝트였고 약간 힙한 느낌을 가지고 싶었던 회사라 층별로 컨셉을 정하고 가구를 디자인하는게 재밌었다.
그리고 디자인가구를 제안해서 배치해놓기도 하기때문에 몰랐던 디자인가구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지금은 주로 관공서 건물을 리노베이션하는데 주로 지붕공사가 많다...
관공서라 예산도 넉넉치 않아서 디자인에도 신경쓰지 못한다.
하지만 전 회사보다는 디테일적으로 많이 배운다.
한국과의 차이가 바로 이 디테일그리는 것에 있다.
한국은 디테일도면이라고 해도 독일의 디테일도면보다 디테일하지 않다.
어느정도 그려가면 현장소장이 다 알아서 해주는데 여기는 그런게 없다.
건축가가 디테일을 잘 그려야하고 모른다면 업체와 상의해서 알아내고 협의해야한다.
한국식으로 디테일 도면을 그렸다가 이걸 어떻게 고정하냐고 혼난 적이 있다.
한국은 이렇게만 그려도 되는데 독일은 고정하는 부분까지 명확하게 그려줘야한다.
사실 독일에서 일하다가 이 도면을 보니 뭔가 다 이상하다..... 조금 말이 안돼는것 같은 도면이다.
독일에서 했던 지붕 모서리 디테일 도면 스케치
위에처럼 물끊기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건 어떻게 연결될껀지 다 그려줘야한다.
이렇게 그리면 소장이랑 같이 이게 말이 되는지 안돼는지 상의하고 협의한다.
디테일에 따라 금액이 결정되고 독일에선 건축가가 예산을 대략적으로 제시하기때문에 중요한것 같다.
한국에선 그런 일들은 모두 건설사 현장 소장들이 한다.
독일에서 일을 하며 느끼는건 건축사들이 한국 현장소장들이 하는 것들까지 일을하고 책임을 진다는 것.
일의 범위가 더 넓다라고 생각한다.
지금 회사는 디자인쪽으로 특출난다기 보단 관공서 위주의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그래서 디테일쪽으로 잘 배울 수 있는 회사같다. 일은 확실히 한국에서 건축일을 하는게 신축이 많고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많아서 더 재밌다.
하지만 건축주와 주무관한테 쫒기는 허가일정과 빡셌던 야근 등등 때문에 삶의 질은 떨어진다.
이 전회사의 일이 더 재밌지만 지금 회사에 계속 남아있는 이유는 복지때문이다.
지금 회사는 전 회사 규모의 반이여서 직원도 10명 소장 2명인 작은 회사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복지가 더 좋다.
전 회사에 있었던 또라이 직원도 여기는 없다.
무난하게 잘 다닐 수 있지만 여기에 계속 남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는 현장쪽으로 가고싶고 혹은 PM쪽 일로 가고싶은 생각이 계속 있다.
독일어가 아직도 부족하고 지식이 부족해서 남아서 종종 이직도전을 하겠지만 다른 건축설계 사무소로는 이직하고 싶지는 않다. 일단 우리 사무실은 작은데도 불구하고 야근을 한 만큼 휴가를 쓰거나 다른날 일찍 퇴근이 가능하고 (전 회사에선 불가능했다.) 동료들이 무난한 성격이고 또라이가 없으며 (소장이 또라이지만 견딜만함) 디테일을 많이 배울 수 있다.
불만은 다른 분야에 비해 낮은 봉급...
연봉협상을 해야한다는 점...
그래서 연봉협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매해 연봉 상승 표가 있는 회사가 다음 회사의 목표이다.
하지만 하노버의 대부분 건축사사무소는 이런 상태이므로 당분간 여기 다니려고 한다.
요새는 회사를 다니며 학업을 배울 수 있는 듀얼 스튜디움이나 회사를 다니면서 학사를 딸 수 있는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있다. 한다면 건축이 아닌 건축 공학에서 프로젝트매니지먼트나 산업공학을 배우고 싶다.
그래서 그쪽으로 빠지는 것이 일단 목표이다.
돈을 많이 벌어서 좋은 건축가가 한 건축물을 여행 다니는 것이 목표가 되버렸다.
그래도 한국보단 급여가 높고 휴가일수가 많고 야근을 하면 휴가나 조기퇴근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인 점이다.
여기서 일해본 이상... 한국으론 가기 힘들 것 같다는게 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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