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 한국 건축사무소와의 비교(아뜰리에)

2020. 10. 12.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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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맡고있는 현장.

 

 

독일 오기 전에 3년정도를 서울 소재의 아뜰리에에서 일을 했다.

사실 3년동안 두군데를 다닌거라 완벽하게 잘 알진 못하지만 두번째 사무소에서 그래도 3개 4개의 소규모 프로젝트를 끝마쳤기 때문에 건축의 프로세스는 어느정도 알고있다고 할수있다. 지금은 다 까먹은거 같지만....ㅎㅎ

 

내가 독일오기전에 가장 궁금했던건 독일건축사사무소는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가였다.

 

나는 한국에 있을때 7명 내외의 작은 소규모 아뜰리에를 다녔고 지금은 20-30명정도의 중규모 사무소를 독일에서 다니고있다.

우리 사무소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현상설계가 없다는 것이다.

현상설계는 공모전처럼 몇개의 사무소들이 각자의 디자인을 내면 건축주들이 선택하는 것인데 그래서 야근도 많고.. 해야할것도 많고 그렇다고 한다.

사실 아뜰리에 다닐때도 현상은 하지 않았다.

나는 현상설계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그 중 큰 이유는 바로 똑같은 고생을 했는데 누구는 당선되고 누구는 안되는 그리고 물론 대부분이 안되는 그런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노력을 들였을때 어느정도 아웃풋이 나오는 과정을 좋아해서 현상은 의욕도 잘 생기지 않고 뭐 그렇다.

원래 내가 남들과 경쟁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거같다.

 

그리고 독일과 한국사무소의 가장 큰 차이중 하나는 독일은 항상 큰사이즈로 도면을 A1, A0 이렇게 인쇄해서 다니는 반면 한국 사무소는 전부 A4혹은 A3로 축척을 맞춰서 두꺼운 책처럼 들고다닌다.

뭐가 좋은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둘다 어쨌든 거추장스럽다. 독일의 경우 커서 한번에 보기 좋고 이해가 쉽고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장점이 있지만 항상 펼쳐야하는 불편함과 그걸 인쇄해서 접을 때의 그 접는 방식의 번거로움.

 

그리고 한국사무소는 A4와 A3에 맞춰야하기때문에 장수가 상당히 많고 두껍고 무거우며 한눈에 보기가 어렵고 하지만 현장에서 바로바로 펼치고 작아서 그런지 휴대성이 용의하다. 

 

그리고 독일은 받는 돈이 공사비의 10%인가로 알고있어서 처음에 공사비 계산하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

한국의 경우 건축사의 재량이여서 정말 집장사부터 유명한 건축가까지 설계비가 천차만별이지만 여기는 법으로 최소비용이 어느정도 정해져있기 때문에 그만큼 건축사의 수입이 보장되는대신 처음에 공사비 잘못계산하면 끝인거같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시작되어 담장자가 내가 세번째이고 그래서 공사비가 정말 엉망진창이였고,

내가 진행하고 있는부분은 공사비에 포함되지 않아 내가 다시 계산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말 힘들었다.

 

한국어로 하라구 해도 힘든데 독일어로 소장에게 설명을 들어가며 공사비까지 계산하며 이게 왜 이렇게 나왔는지도 설명해야하고..... 하지만 어찌저찌 해서 지금은 소장이 검토를 해야한다.

 

한국보다 월등히 좋은점을 꼽으라면 바로 회사문화.

 

여긴 다들 수평적이다. 우리 회사는 소장이 4명인데 제일 나이많은 할아버지 소장 두명에게만 높임표현을 쓰고, 젊은 두 소장에겐 너라고 지칭한다.

심지어 젊다고 해도 40대 50대이다. 정말 너라고 할때마다 이상하고 죄짓는 기분이들지만 익숙해지려고 노력중이다.

그래서 어떤걸 말할때 내 의견을 확실히 말해야하는 부분이 처음엔 참 잘안돼었다.

 

그리고 혼을 난다기보단 내가 잘못했을때 소장의 짜증스러움을 들어야한다. ㅎㅎ 두개가 같은건지 모르겠지만

일방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혼을나야하는 상황과는 좀 다른, 짜증인거같다. 

회식도 거의 안해서 좋고 도제식이 아니여서 뭐든지 의무로 참여해야하는것도 아니여서 좋다.

연차쓰거나 휴가쓸때 눈치안보여서 좋고 휴가때 누구하나 연락오는 사람이 없어서 좋다.

그런데도 일이 잘 굴러가고 세금을 35%정도 떼는데 한국에서보다 벌이가 많아서 좋다.

 

한번은 내가 회사에서 준 마우스가 나랑 안맞고 버티컬마우스가 손목이 편한거같아서 한국에서처럼 마우스를 직접 스스로 주문해서 회사에서 쓰고있었다.

직장 동료 마리온이 와서 보더니 이거 니가 산거냐고 묻더니 이거 회사에서 쓸꺼냐고 묻더라.

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소장이랑 이러쿵 저러쿵 상의해서 오더니 이거 우리가 지불할게. 

대신 이 마우스는 앞으로 회사꺼야.

이렇게 말하곤 쿨하게 그자리에서 아마존 영수증 인쇄해서 가져가더니 현금으로 주었다.

 

대형사무소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아뜰리에는 회사꺼 안쓰고 싶으면 그냥 자기가 알아서 주문해서 본인이 쓰다가 가져가고 그런거였는데!! 

이런 소소한거에 감동받는 스타일이라 이런거에 약하다.

 

무튼 의사소통의 장애만 뺀다면 회사생활은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비교를 하려고했지만 쓰고보니 우리회사 좋은점만 쓴거같은.... 한국사무소 욕만 쓴거같은... 그런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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