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으로 사람을 특징짓는건 좀 그렇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문화적인 특징이 조금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북독일인들이 좀 차갑고 다가가기가 어려운 것같은 그런 특징들 말이다.
곁을 잘 내주지 않고 약간 가까워지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아는 사람에서 지인으로 되기까지 시간이 남들보다 많이 걸린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가끔 혼자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게 문화차이일까? 아님 저 사람이 이상한걸까?
여긴 다 원래 이런걸까?
등등,
나는 수도 없이 그런 순간을 많이 겪었다.
마르쎌의 친구들부터, 회사사람들까지.
하지만 단언컨데 한 두번정도, 뭐지? 이게 문화차인거야 아님 쟤가 도라이인거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건 쟤가 도라이 인것이다.
한국에서 나는 그래도 사람을 잘 판단하는 편에 속했다.
독일에선 독일어를 못해서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못하는 독일어로도 충분히 사람을 판단 할 수 있다.
마르쎌이랑 만난지 얼마 안되고 나서 그의 친구 한명을 만난적이 있다.
진짜 너무 재미없는 드립을 계속 치고 뭔가 조금 이상했다.
본인 친구의 여친인데 나에게 질문 한번 안한다던가, 등등
그냥 차가운 북독일인인줄 알았다.
그러다 그의 생일파티에 마르쎌과 내가 참석했는데 나는 그때 당시 독일어도 잘 못했는데,
걔가 마르쎌만 불러서 같이 배드민턴을 치는게 아니겠는가?
나를 혼자 놔두고 간 마르쎌에게도 그때 빡쳤지만 나를 불러놓고도 나에 대한 배려가 일도 없는 그가 너무 이상했다.
그런데 계속 오랜시간 두고 보니 그는 친구가 마르쎌밖에 없더라...
그리고 이번에 겪은 일이였다.
예전 룸메 엡루네에서 쿠키를 구웠던 날이였다.
엡루와 엘반 그리고 존야(영어론 쏘냐) 이렇게 네명이 모여 쿠키를 구웠다.
이건 내가 포스팅하기도 했다.
사실 존야랑은 3년전인가 4년전 처음 쿠키를 구우면서 알게되었다.
나는 그때 독일에 온지 8개월이 된 상태였고 B2까지 하긴 했지만 너무 빠른 단어와 생활독일어엔 약한 상태였다.
존야는 그날 우리집, 그러니까 그때당시 엡루와 같이 살고있던 우리집에서 하루 묶었다.
아침에 셋이서 같이 식사를 하는데 웃긴 동영상을 지 옆에 앉은 엡루한테만 보여줬다.
보통 그런거 있으면 같이 셋이보던가 그러는데 진짜 한번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엡루와 이야기하는 존야.
진짜 개빡쳤고 너무 소외감이 들었다.
엡루는 가운데서 약간 난처한 표정이였지만 워낙 바빠서 나를 챙길 시간은 없었다.
몇번 그렇게 서운한 감정을 겪으면서 진짜 미친 독일인들 왜저래, 이게 얘네 문환가 싶었다.
그런데 그리고는 나에게 인스타 친구 팔로잉을 했다.
그래서 진짜 아 이게 걍 얘네 문화구나 싶었음.
그런데 이번에도 또 쑥가루 쿠키를 가져가서 약간 모두의 흥미를 끌었는데 끝까지 질문하나 반응하나 안하는 존야를 보면서, 아 저 X는 나를 싫어하는게 분명하다라고 혼자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이번엔 나도 존야에게 질문하나 하지 않고 엘반과 엡루에게만 말을 걸었다.
조금 속시원해지는 순간이였다.
그렇게 돌아오고 나는 잠시 엡루와 따로 만났다.
그때 엡루와 존야에 대해 말할 기회가 생겼다.
아 그러지 않아도 나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 존야 어때? 엘반에 존야가 무례하다고 했거든.
그리고 엘반이 그러는데 너랑은 이야기가 잘 통하는데 존야랑은 뭐랄까 조금 이상했대
나도 사실 몇번 기분이 좋지 않았어.
속으로 와 대박. 나만 그렇게 생각한게 아니였네???!!!!
엡루는 그러면서 그녀가 엡루의 청소기를 사용하면서 너 이 졸라 시끄러운 청소기 아직도 있네?!?! 라던지,
엄청 무례한 말들을 했었다. 사실 나도 저 청소기 말할때 들었는데, 와 저렇게 말할정도로 스스럼없는 사이인가?
하고 혼자 속으로 생각했었는데, 너무 고소했다.
나도 그래서 몇개 다 이야기해주었더니, 엡루는 내년에 한번 더 부르고 그때도 또 이번처럼 무례하게 굴면 더이상 부르지 않을꺼라고 했다.
역시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고, 특히 우리 이 한국인들이 눈치껏 이상하다고 느끼면 걔는 진짜 이상한거다.
문화차이가 있다고 하나, 우리가 모든것을 다시 생각할 만큼 그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
역시,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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