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기 전부터이지만 그래도 마르쎌 아니였으면 못만났을 뻔한 인연은 당연히 마르쎌의 가족들이다.
특히 마르쎌의 엄마 나에겐 시어머니이기도 한 실비아이다.
사실 그 외 다른 구성원들은 왕래도 적어서 딱히 와닿는 부분은 없지만 이 실비아는 만날때마다 좋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정신병원 간호사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상대방의 마음을 굉장히 잘 알아채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정말 자기 아들에 대해서 객관적이다.
나는 특히 마르쎌에게 할말이 있으면 참지 않고 하는 부분이고 우리가 싸우는 부분은 우리가 쓸데없이 말싸움에서 안지려고 한다던가 나는 마르쎌이 잘 알고있는 분야에 대해 토론할게 있으면 일단 더 잘알고 있는 분야니까 입을 닫고 듣는 편인데 가끔 마르쎌은 내가 더 잘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지 않으려고 신경전을 펼친다.
그게 사실 이번 크리스마스 때도 적용이 되었다.
싸운 주제는 정말 단순했다.
친구 집 거실벽이 곰팡이가 생겼는데 알고보니 외벽에 단열재가 없었다.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한국법으로도 불가능하고 독일 건축법으로도 사실 불가능하다.
게다가 엄청 오래된 건물도 아니다. 그리고 오래된 건물도 단열은 되어있다.
이게 난 신기하다며 어떻게 허용이 가능하냐고 말했는데 마르쎌은 그럴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니 그럴 수 없다고, 건축법에 단열재가 명시되어 있다고 한참을 실랑이했다.
실비아는 가만히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더니 왜 이런 소모적인걸로 말싸움을 하냐며 조용히 이야기했다.
마르쎌은 곧장 우리는 이런걸로 잘 이렇게 한다며 맞받아쳤고,
속으로 저게 진짜 지 엄마한테도 저러네? 하는 맘으로 지켜봤다.
그랬더니 실비아는 너구리가 더 잘아는 분야인데 당연히 너구리가 맞겠지. 너가 그렇게 소모적으로 우기면 되겠냐며 뭐라고 하는 것이였다. 그러면서 너의 말투에도 문제가 있고, 그렇게 하면 당연히 싸우지 않겠냐며.
속으로 오예! 맞아요! 더해줘요!! 내가 못하는 독일어로 더 뼈때려줘요.
하며 응원했다.
마르쎌은 이제 자기 엄마한테 그 화살을 돌려 말싸움을 하다가 실비아가 거봐. 또 이러네. 하며 계속되는 팩폭에 그만 마르쎌은 승복했다.
그러면서 내가 니 엄마니까 너에게 이런말을 해주는 것이다. 내가 이런말을 해서 나한테 무슨 이득이 있겠냐. 너랑 사이밖에 더 나빠지겠냐, 하지만 다 너를 위한 이야기니까 너 잘되라고 해주는거라고 덧붙였다.
마르쎌은 곧장 수긍했다.
뒤에서 나는 깨소금 머문 미소만 지었다.
이 밖에도 마르쎌과 2월에 있을 태국여행을 짜고 있는데 나는 스쿠버다이빙을 하고싶고 마르쎌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때문에 구지 같이 하겠다는 것이였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할 필요없다.
내가 하고 오는동안 너는 숙소에서 쉬어라. 스쿠버다이빙하고 와서 다른걸 같이 하자.
이런식으로 설득했는데 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마르쎌은 아 아쉽다, 너랑 이걸 같이 하고싶었는데 하는 소리를 계속했었다. 이런 여행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실비아와 같이 하고 있었다.
실비아는 그걸 구지 같이 해야할 필요가 뭐가 있냐면서, 특히 아 아쉽다~ 너랑 이거 같이 하면 좋을 텐데 니가 안 따라줘서 너무 아쉬워 하는 그 문장은 가스라이팅이라면서 쓰면 안됀다고 남친 토스튼과 같이 마르쎌에게 강조하였다.
마르쎌은 또 깨갱...
나는 또 깨소금 머문 미소.
지난 크리스마스때는 마르쎌이 내가 꾀부린 사실을 실비아 및 다른 가족 앞에서 장난처럼 말하고 그날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나는 급기야 서러워서 밥상에서 참다가 울었다. 그때도 실비아는 나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더니 나한테 요새 기분이 우울하냐고 우울증이 있냐고 물어봐주고는 괜찮다면서 나는 그래도 니가 좋다면서 위로도 해주었다.
그리고 마르쎌은 당연히 바로 올라와서 미안하다고 백번을 사과하였다.
그렇게 작은 에피소드로 끝났지만 내 마음속에는 아직도 실비아가 위로해주던게 조금 크게 남아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때도 잠을 자면서 마르쎌한테 너는 참 좋은 엄마를 뒀다고 백번 천번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덕분에 나도 아주 좋은 시어머니를 만났다.
새해를 맞아 토스튼이랑 푸에르테벤투라로 휴가를 가셨는데 돌아오고나면 우리집으로 초대를 한번 하기로했다.
그때 한국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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