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알./일상

[일기] 나는 더이상 '니하오'에 대해서 화가 나지 않는다.

너구ri 2019. 6. 23. 18:28
반응형

독일 오기 전에 러시아 여행을 하면서 정말 기억에 남을만한 조롱을 당했던 적이 있었다.

러시아 초딩남새끼들이 내 뒤에 바짝붙어서 웃으면서 깔깔거리고 내 머리위로 손가락질을 해가면서 조롱을 했었다.

(나보다 키도 작은새끼들이)

그 때 나는 걔네들을 향해서 FUCK YOU!!!!!!!!!!!! 라고 소리질러줬는데 그것마져도 따라하며 조롱으로 돌아와서 정말 매우 분했던 적이 있었다.

(씨발로 욕해줬어야하는건데....)

 

얼마 되지 않은 기억이고 진짜 그렇게까지 자존심상하고 분한적이 없었어서 아직도 내 뇌리에 박혀있는 기억이다.

 

독일와서도 처음엔 그놈의 기억때문에 애들무리가 있다 그러면 일단 움츠러들고 피하게 되었었다.

페이스북에서도 온갖 인종차별글이 넘쳐났고, 그런 글들을 읽으면서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할까를 생각도 했다.

(내 특기 :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미리 앞서서 걱정하고 혼자서 시뮬레이션해보기. 세상피곤.) 

 

그러던 중에 집근처에 작은 술집을 가게되었는데, 거기서 술을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술집은 작았고 주인들과 손님들은 동양인 여자둘에 대해서 호기심과 우호적인 제스쳐를 표했다.

그러던 중 주인이 "니하오"를 외치면서 우리에게 인사를 하길래 우린 한국인이라고 말해주었다.

(기분도 나쁘지않았다. 우호적인 의미해서 한것이였기 때문에)

그랬더니 주인이

"한국인들은 니하오라고 하면 기분나빠하더라. 나는 잘 몰라서 그런건데... 나는 중국을 좋아해. "

하면서 우리에게 본인이 중국 여행간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 사람은 한국여행은 가본적이 없고 중국여행만 갔다온 사람이였다.

우린 "한국인들은 중국에게 좋은 감정이 있지 않아서 그런거같아."

라고 대강 얼버무렸다.

 

뭐 적어도 나는 니하오를 들을땐 속으로 '뭐야, 내가 중국인들처럼 보여?' 하는 생각이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중국인들처럼의 이미지는 시끄럽고, 무례한? 하하..

이렇게 쓰고보니 나 또한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이란걸 또 깨닫고 있다.

(안 그런 중국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서... 내 중국인 친구들도 전혀 시끄럽지 않고 무례하지도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목에도 썼지만 나는 이제 니하오라고 불림당해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게 되었다.

나의 무지를 내가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야 이해를 하게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남자친구랑 쾰른 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만난 남친의 학교 친구 두명이 백인이였다.

한명은 얼굴 쫌 긴 애랑 한명은 안경쓴애.

걔네랑 남친이 5분정도 이야기하고 나랑도 악수해서 그 애들의 얼굴을 찬찬히 익힐수 있는 시간이였다.

 

그리고 나서 얼마뒤 남친이 자기 졸업사진 찍었다고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는데 거기에도 비슷하게 생긴 두명이 있길래

내가 "얘네 그때 쾰른에서 만난애들이구나!!"

했는데 아니였다. 아, 여기서 나는 느꼈다. 내가 얘네를 똑같이 생겼다고 보는거처럼 얘네도 우리를 똑같이 보겠지.

그리고 학원에서도 사실 인종이 어디인종인지는 모르겠다.(이것도 사실 무지다)

백인도 아니고 황인도 아니고 내가 생각할땐 남미쪽 아이들인거같은데 안경쓰고 머리긴 여자아이 둘이 있었는데,

처음엔 둘이 너무 똑같아보여서 구분이 안되었다. (사실 지금도...)

 

내가 인종구분도 안돼고 독일에 와서 살면서 원주민 얼굴도 잘 기억못하는데, 여기서 사는 수많은 백인들 및 다른인종들은 내 얼굴이 중국인얼굴인지, 일본인얼굴인지, 알 수 있을까?

얘네는 그냥 나한테 인사를 하고싶었는데, 지네가 아는 나라가 그냥 단순히 중국일뿐이야. 그리고 지네가 아는 동양인 인사는 '니하오'밖에 없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사는데 내가 터키어로 '안녕'을 알고있고, 상대방이 누가봐도 터키인이야!(내시각에) 그럼 나도 터키어로 안녕이라고 할꺼같다. 

 

그리고 결정적인 계기는,

아나라고 학원에서 만난 이란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일주일에 두번 카페에서 독일어 말하기 연습을 하는데,

어느날 자기 언어로 상대방 이름을 써주는 그런 날이있었다.

아나가 쓴 글자는 정확하겐 페르시아 어였고, 처음에 만났을때 아나가 이런 정보를 나에게 알려준거 같다.

하지만 나는 아나가 쓴 글자를 보고 예쁘다고 생각했었고, 이 생각을 전달하고싶었다.

 

그래서 꺼낸 첫마디가,

"이거 아랍어야? 예쁘다"  했더니,

"아니야.(단호) 이건 아랍어가 아니고 페르시아어야.(단호)"

 

단호한 아나의 표정과 말투에서 나는 순간 반성을 했다.

아, 누가 누굴 보고 뭐라고해. 내가 나부터 무지속에 살고있는데.

 

그리고 누굴 탓할수 있을까, 한국을 모른다는 거에 대해서,

사실 그냥 그들은 인사하고싶었을 수도 있는데, 그냥 걔네는 말걸고싶었고 하필 아는 동양어가 니하오일뿐

이거에 대해 내가 일일이 기분나빠하는것도 웃기고, 

그들은 나에게 아무런 생각이 없고 그 순간적인 호의? 호기심? 이였는데 내가 이걸 온갖 가시돋힌 생각으로 밀어내는게 나한테 좋은걸까 싶기도했다.

나처럼. 내가 그동안 했던 모든 무지함도 그저 순간적인 호기심과 아는척하고 싶었던 마음, 생각없음에서 나오는 행동들인건데 그래서 나와 같다고생각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그 다음부턴 니하오도 기분나쁘지도 않고 사실 그전에도 기분이 엄청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걸 인종차별적 행동으로 분류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사람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고싶은 마음도 없고 할 생각도 없지만,

내 생각의 변화이기에 내 블로그에 기록삼아 남겨본다.

 

아나가 써준 페르시아어. 페르시아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다. 싱기!!

 

PS.- 아 물론 조롱하면서 니하오를 외치고 계속 따라오면서 말하는건 예외다. 그런 뉘앙스는 들으면 바로 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