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 나는 용감했고 무식했다. 다신 안할 부엌 셀프 리모델링

2021. 4. 2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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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길지 않은 삼십년의 인생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사서 고생하는 타입이였고 소금이 짠지 꼭 찍어 먹어보고 아 짜구나 하는 스타일이였다.
이번 부엌 리모델링도 그렇다. 나는 생각해보면 구지 그 길을 직접 돌고돌아 거기에 도달하던가 아님 도중에 아 졸라 힘드네 하고 포기하는 스타일이였다.
이번 부엌리모델링을 통해 나에대해 좀더 확실하게 알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용감했고 무식했다. 혹은 과거형이아니라 사실은 지금도 용감하고 무식한거 일수도 있다.
이 글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 독일에서 가전제품이 다 딸려있는 Einbauküche를 절대 혼자 조립할 생각을 하지 마세요!!!!!!!!!!”
이다.
약 2주일을 이 그지같은 부엌과 씨름하며 내린 소중한 교훈이다.

나는 얼마나 친절한 나라에 살았던가, 얼마나 육체 노동력을 후려치는 나라에 살았던가.
지금부터 나의 부엌 리모델링 과정을 통해 내 육체노동력과 비교하며 한국이 얼마나 양질의 육체노동력을 값싸게 후려치는 나라인지 살펴보겠다.

이사는 하고싶었지만 조건이 매우 까다로웠던 엡루는 결국 이사를 포기하고 우리는 대신 부엌을 바꾸기로한다.
우리의 원래의 부엌


부엌은 컸지만 엡루는 여기서 팔년 살아서 그런지 부엌이 맥시멀리스트였고 수납공간이 작고 심지어 저기 보이는 오븐과 전기인덕션은 맛이 간상태였다.
그리고 새로 페인트 칠을 하기로 했다. 저 보이는 자주색 벽을 다 흰색으로 칠하고 부엌이 들어설 맞은 편 벽만 녹색계열로 칠하기로 한다.

우리는 가장 싼 부엌을 찾았고 그건 바로 이것이다.

냉장고, 오븐, 전기인덕션, 식기세척기가 다포함되있고 단지 부엌 수도꼭지만 없음. 저게 다 해서 1,860유로이다. 한화로 약 2백만원.
뭐 비싸긴하지만 둘이 반반내면 백마넌씩이였고 가전이 다 포함되서 저정도 가격이면 매우 싸다고 생각함.
그래서 우린 바우하우스에서 주문을 했다.
바우하우스엔 6주가 걸릴꺼라고 쓰여져 있었는데 웬걸 1주일 뒤에 전화와서 언제 배달할까 라고 물어봤다 웬일인지 독일 답지 않은 빠른 속도로 일처리가 되었다.
여기서 터진 문제는 바로 이 큰 부엌을 날라줄 사람이 없고 택배회사에 문의하니 “노노 코로나때문에 우린 보눙 앞 대문까지만 배달함.”이라고 거절했다.
룸메 친구들 모두 평일에 일을 해서 도와줄수 없는 실정이였고 나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커뮤니티에 소정의 알바비와 구인글을 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어찌저찌 물건을 모두 무사히 우리 집으로 배달받게 되었다.
그리고 부엌 조립 경험이 많은 룸메의 사촌 두명이 와서 조립을 도와주는데....

일단 우리집이 낡아서 벽이 기울어져 있었고 전기콘센트위치로 인해 위와같은 그림상의 배치는 불가. 이리저리 바꿔가면서 시간을 잡아먹고,
이렇게 배치가 바뀔수있어서 부엌 상판은 뚫리지 않은 상태로온다. 즉 우리가 다 톱으로 짤라서 뚫어야함 ^^
조립하고 그러느라 시간이 훌쩍지나갔고 엡루의 사촌은 밤시간 통행금지인 지역에 살고있어서 21시 전에 집에 돌아가야했음..


요정도 까지 해주고 그들은 돌아갔다. 그리고 내일 다시오겠다고했다.
상판을 짤라야했기 때문에... 그리고 오븐도 연결해줬는데 한국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오븐이 콘센트에 끼워 넣는게 아니라 벽에 달린 전선들을 다 연결시켜야한다.
큰 전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콘센트로는 안되는거같았음....

이것도 엡루 사촌들이 해줌.
부엌 상판도 그 다음날 와서 잘라주고 갔다. 너무 친절한 사촌들...

선반조립은 마르쎌이랑 엡루랑 같이 하고 그랬다.
그리고 이제 선반 장을 달기위해 벽을 뚫어야하는데 여기서 중요한건 과연 전선이 어디에 있는가이다!
잘못 뚫어서 전선 절단나면 부엌도 절단 내 돈도 절단, 다 절단나는거다.
그때 구원자처럼 등장한 마르쎌의 친구!


그는 이것을 들고 나타났다.
바로 벽에 있는 전선을 찾아주는 것.
그리고 벽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듀블을 넣어서 못을 고정시켜야한다. 그와 마르쎌의 도움으로 우린 무사하게 부엌장을 달수 있었다.
그리고 우린 새로 수도꼭지를 사서 연결시키고, 그리고 식기세척기도 우리의 싱크대 및 하수관에 연결시켜야했는데, 새로 산 수도꼭지 관이 진짜 3센치 정도 짧아서 수도에 연결시킬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바우하우스에서 수도관 연결시키는 걸 샀고,
또 필요한 식기세척기를 우리의 하수관과 연결시킬때 필요한 물이 새지않게 막아주는 고리같은 걸 샀다.

바로 이것.

그리고 이제 Sanitär용 실리콘을 사서 싱크대와 양 벽을 실리콘으로 잘 막아주었다.
이것 또한 유튜브보고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하여 작업하였다.


저렇게 마구잡이로 짜놓고 사진에 있는 파란색으로 실리콘 모양을 균일하게 만들어주고나서 실리콘이 마르기전에 조심스럽게 마스킹 제거를 하면 끝.


맞은 편 벽. 색 진짜 이쁨 ㅠㅠㅠ



그리하여 완성된 부엌!!
잘 보면 알겠지만 선반장 하나가 문이 거꾸로 달렸는데... 내가 밑에 서랍장 문이랑 크기가 비슷해서 헷갈려서 손잡이를 잘못달았다.
손잡이 빼고 다시 달면 구멍이 또 생기니까 그냥 선반의 위치를 바꿨다. ㅎㅎㅎㅎ

그리고 진짜 중요했던 것.
우리는 이렇게 다 만들고 식기세척기를 세번정도 썼는데 갑자기 하수구가 막혀서 물이 역류했다. ㅎㅎㅎ....
사실 하수구가 너무 드러워서 별다른 청소안하고 그냥썼는데 이 하수관이 십년이 넘었다보니, 그리고 식기세척기에서 물이 빠져나갈때 압력을 줘서 빼다보니...
그 압력으로 하수관에 붙어있던 찌꺼기들이 나가면서 하수관을 막은것.^^

진짜 그 하수관을 청소하는데.... 커다란 대장을 관장하는 기분이였다.
묘사는 이정도까지만 하겠다. 다행히 잘 청소가 끝나고 다시 잘 작동된다.

2주간의 긴 여정을 끝내면서 진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
그냥 부엌도 아니라 가전제품이 딸려있는 부엌이였기에 가전제품이 잘 작동이 안돼서 쓰지 못할까봐가 제일 걱정이였고,
퇴근하고 계속 부엌을 조립해야한다는 것도 너무 스트레스였다.
그리고 이걸 하면서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나는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인 타입이였단것.
난 사실 내가 생각을 먼저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줄 알았는데, 뭐든지 일단 하자, 해보자가 항상 먼저였다.
나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이 모든과정을 안다면.. 그랬다면 나는 이 부엌을 사지 않았을 것 같다.
나는 내가 내심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설 현장에서도 있었고 이케아 가구조립하는거 좋아해서 잘할줄 알았다. 커다란 착각중 가장 커다란 착각이였음^^

진짜 부엌리모델링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된다 라는 교훈을 얻었다.
내 동료가 부엌 샀단이야기를 듣고 얼마줬냐 해서 1850유로 줬다니까 깜짝놀라며 자기 친구는 6000유로 들었다고.
하지만 작업자까지 같이해서 다 설치해주는 부엌이였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내가 회사에서 공사 영수증 관리할때 거기에 바닥공사하는 사람들 시급이 45유로였다. 우리나라는 일급이 내가 독일 오기전에 10마넌 정도.
보통 하루에 다섯시간정도 일하니 하루 일당이 30만원정도 되는셈.
근데 우리나라 작업자분들이 일 퀄리티가 절대 떨어지지않는다 오히려 가끔 넘어선다......
얼마나 우리는 육체노동을 후려치는가 ㅠㅠ 내가 해보니 알았다 ㅠㅠㅠ
내가 얼마나 편리한 나라에 살았었던지......

무튼 부엌 조립의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부엌 조립하지마세요. 돈주고 작업자분들까지 같이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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