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카셀에서 5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에 다녀왔다.
도큐멘타는 독일에서 나치 시절 때 예술이 탄압을 받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사람들에게 현대미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행사로 열리기 시작했다. 5년마다 100일간 열린다고 한다.
사실 암것도 모른 채 오 5년마다 열리는 예술 축제라고 해서 다녀왔는데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찾아보고 가면 좋을 듯하다.
이번 전시에는 인도네시아 예술가인 타링 파디가 작업했던 민중의 정의라는 거대한 그림이 반 유대주의적이라는 것에 휩싸여 철거되기도 했다. 누구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철거되었기에 나는 그 판단을 내릴 수 없다.
무튼 이번 도큐멘타의 주제는 인도네시아의 전통적인 공용 쌀 저장창고 '룸붕'이다.
공동체의 관한 주제인 것 같다.
전 세계의 예술이 모여들다 보니 주제에 따라 아무래도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같이 동행한 친구는 이번에 베니스 비엔날레에도 다녀왔는데 베니스 비엔날레가 미학!! 내가 젤 아름다워!! 를 보여준다면 여기는 미학보다는 메시지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개인적인 느낌)
그래서 몇 개의 작품들은 정말 난해했지만 또 몇개의 작품들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미학에서 오는 감동은 작을 수 있지만, 한편으론 팔레스타인 전쟁, 시리아 전쟁, 기후위기, 공동 경작, 외설 같은 예술, 공예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예술품과 거기서 오는 다양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팀도 이번 카셀 도큐멘타에 참여했는데 일제강점기에 사이판에서 벌어졌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참담함을 비교적 간략하지만 강력하게 다큐를 보여줘서 너무 좋았다.
사실 독일에서 느끼는 건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시리아 내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 등과 같은 아랍 쪽 나라들의 전쟁에선 이상할 정도로 무심하고 난민에 대한 태도도 차갑다.
그런 면에서 이번 도큐멘타가 유럽인들에게 한번 더 인식시켜 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았던 작품은 커다란 돔 안에 들어가서 빛은 바닥에서 비추고 거기에 식물을 심고 그리고 그 위에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음악은 아니지만 어딘가로 들어오는 소리와 빛이 변화하면서 식물들이 돔에 그림자로 비추고 관람자들은 앉아서 고요하게 그 그림자들을 바라본다.
제일 좋았던 장소이다.
또 건축전공자로서의 하나의 다른 재미는 전시장이다.
카셀 도큐멘타라는 게 하나의 건물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도시 전체 곳곳에 전시장이 있다. 그곳을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몇 개는 시립미술관이지만 몇개는 도시재생으로 수영장을 개조한 건물에 전시장을 만든다던가, 공장 같은 건물에 전시장을 만들기도 하고 버려진 창고에도 전시장을 만든다.
그리고 도큐멘타뿐 아니라 여기에 참여하지 못한 예술가들이 팀을 이뤄서 개별 전시를 한 곳도 보았다.
주제에 벗어나서 그런지 오히려 메시지는 없었지만 미학적인 관점에선 더 재밌고 좋았다.
5년마다 한번 열리는 만큼 그 주제는 현재를 관통하는 질문이나 혹은 경향일 수도 있다.
사실 이 주제라는 것들이 어떻게 보면 지금 현재의 현대미술의 화두가 아닐까도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5년 뒤의 카셀 도큐멘타도 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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