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여행] 뮌헨 : 예술의 집 Haus der Kunst

2022. 7. 1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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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관을 참 좋아한다.

그림을 그리는 아빠의 영향인지 몰라도 어렸을 적부터 미술관에 다녔다. 

그 영향으로 어느 도시를 여행할때면 그 도시의 미술관을 꼭 가는 편이다. 참고로 박물관엔 별 관심이 없다.

미술관에 가서는 관심없고 잘 모르겠는 작품은 그래도 한 번씩 봐주지만 짧게 획획 넘기고 

관심 있는 작품을 사진 찍고 작가 이름을 모른다면 메모장에 기입해둔다.

그렇게 한 미술관을 돌면 꽤 많은 모르는 작가 이름이 내 메모장에 적혀 있는데 그런 걸 하다 보면 자꾸 반복해서 나오는 작가 이름이 있다. 그럼 그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로 분류되어 나중에 집에 와서 구글에 찾아보고 하는 편이다.

 

어릴 때는 모네, 마네, 고흐 등 인상주의 화풍을 좋아했다.

지금도 인상파 화가들을 보면 너무 좋지만 요즘은 추상 쪽을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어릴 때는 저런 거 나도 그리겠다. 뭘 그린 걸까 아니 낙서를 가지고 미술 하는 건가 하며 난해해했는데

어느 순간, 그 그림이 그대로 내 마음에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말로 형용하긴 어렵지만 보면서 숭고하다던가 매우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졌다.

그런 작품들을 내가 여행 간 도시의 미술관에서 마주하고 나면 한동안 머릿속에서 잊히지가 않는데 그때의 경험은 정말 황홀하고 즐겁다고 할 수 있겠다.

 

뮌헨을 여행하며 총 세 군데의 미술관을 들렸고 그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두 명의 작가를 알게 되었다.

이번 포스팅에선 그 한 작가를 만났던 뮌헨 예술의 집, Haus der Kunst를 써보려고 한다.

 

 

박봉과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노동환경에서 일하면서도 건축을 배워서 너무 좋았고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은 항상 다른 도시를 여행하며 꼭 방문하는 미술관에서 든다.

미술관을 보면서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고 벅찬데 건축물까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니 말이다. 

 

히틀러가 가장 좋아했던 건물이라는 수치이자 나치 시대의 첫 미술관이었던 예술의 집.

부끄러운 역사를 감추고 싶어서 큰 나무도 심고 나치적 상징을 표현하는 큰 계단도 철거했다는 그 건물이다.

몇 년 전 리노베이션을 앞두고 데이비드 치퍼필드라는 건축가는 나치시대의 첫 건물이고 이제는 지나갔으니 다시 살려서 그 역사를 보존해야 하며 그것을 이제는 하나의 예술로 바라봐야 한다는 제안을 하였고,

역시나 독일인들에게 나치 역사는 거대한 수치이자 오점이므로 당연히 외부 안은 채택이 안되고 내부 리모델링만 채택되었다고 한다.

이것을 보며 일제강점기 때 서울 시청사를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를 철거 후 새로 지은 우리 건축물도 함께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독일 건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특히나 나치 시대의 건축물은 그랬기에 보면 일반적인 석조 건물 같았다.

그리고 건축물보다는 내부 전시에 큰 감명을 받았는데 바로 안개조각(독일어론 Nebel Leben)을 설치한 일본 작가 후지코 나카야의 전시였다.

내부 전시는 총 세 개 전시로 이루어져 있었고 후지코 나카야의 전시를 제외하고 다른 두 개의 전시는 조금 난해하고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나는 주변의 일상적인 물건, 현상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그것을 새롭게 재구상하는 예술작품에 대해 관심도 많고 또 좋아한다. 사물을 낯설게 보고 그것을 예술로 차용해서 나에게 원래의 목적이 아닌 다른 느낌을 주는 모든 것들을 좋아하고 또 그렇게 작업한 작가에 대해 엄청난 존경심과 놀라움을 갖게 한다.

후지코 나카야의 전시가 바로 그렇다.

올해 봄에 가끔 사무실에 일하고 있을 때면 창 너머로 보이는 숲에서 안개가 껴있을 때가 많았다. 

누군가에게는 그 장면이 조금 무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정말 신비롭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안개가 주는 느낌이 너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전시에서 정말 안개를 만날 줄이야.

 

후지코 나카야는 자연 안개가 아닌 인공 안개로 작업을 했다.

실내에 안개라니, 나에게 있어서 실내 안개란 가끔 배스킨라빈스를 먹고 나오는 드라이아이스로 안개를 만들거나 어릴 때 엄마가 틀어준 가습기로 보는 안개가 다였는데 거대한 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안개란.

 

건축물의 내부는 빛의 양에 따라 그 이미지가 바뀌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한 공간 전체에 안개가 꽉 들어찬 모습도 그 내부의 이미지를 상당히 변화시킬 수 있구나를 깨달았고 그 느낌은 정말 이질적이고 묘하면서 아름다웠다.

보이던 관객들이 보이지 않고 좁은 거리에 들어왔을 때 윤곽이 드러나며 사람이 나오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랬던 공간이

 

이렇게 안개가 시작되고

 

 

이렇게 변한다.

 

 

다른 내부 안개

 

외부에도 인공안개를 설치해놓았다.

 

안개를 내부의 공간으로 끌어들여 굉장히 다른 이질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그곳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것.

그리고 그 경험을 함께 공유하지만 그 느낌은 또 개별적으로 갖게 되는 것.

 

이 과정을 지켜보며 예술이란 결국 낯설게 보기의 한 과정이 아닐까 했다.

일상 속 물체를 예술이라는 이름 하에 다른 환경 혹은 다른 상태로 끌어들여 관객에게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을 제공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즐기고 향유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 있어서 예술을 정의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가와 이 작품의 조우는 정말 뜻깊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와 과정이 나에게 너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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