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살다보면 독일인들이 부러워지는 몇 안돼는 순간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호숫가에서 수영하는 것이다.
나도 중학교때 수영을 잠시 배웠고 성인이 되어서도 수영을 배웠지만 여전히 발이 닿지 않는 수심에선 튜브없이 수영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한국 수영은 자유형부터 배우는데 나는 평형까지 배워본적이 없다.
그 전에 항상 그만 뒀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일인들은 어릴때부터 의무적으로 생존수영을 배운다고 한다.
그래서 머리를 내밀고 수영을 하고 발이 닿지 않는 호수나 바다에서 수영이 가능하다.
참 부러운일이다.
사실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가 어릴때부터 생존수영을 의무적으로 가르쳤어야하는게 맞는거 아닌가?
무튼 그나마 수영을 배워서 자유형은 할 수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발이 닿는 곳에서만 수영을 하기 때문에 독일에서 다시 수영강습을 받고 싶었다.
독일은 어릴 때부터 수영강습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성인 수영강습은 드문 편이다.
우리집 근처에 엄청 좋은 수영장이 있는데 거기서 주말마다 성인 수영강습을 한다.
성인 수영강습은 딱 한타임만 있고 그렇기 때문에 예약이 너무 빠르게 매진이 되어서 한 세번을 놓쳤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드디어 수영강습 한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드디어 오늘부터 강습을 시작했다.
독일 수영장은 한국 수영장과는 좀 다르다.
수영을 하는 그 공간은 똑같은데 옷을 갈아입고 보관을 하는 시스템이 다르다.
한국 수영장은 일단 탈의실이 남녀가 분리되서 먼저 들어가서 신발을 벗고, 사물함에 옷을 넣고 수영복을 들고 샤워실로 간다. 짧게 샤워를 하며 수영복을 입고 나머지 물건, 예를 들면 샴푸 바디워시 등 수영을 마치고 돌아와서 씻을 것들을 넣은 가방을 잘 걸어놓고 수영장으로 간다. 수영을 배우고 탈의실로 돌아와서 씻고 수영복 넣고 옷을 갈아입고 집으로 간다.
독일은 일단 탈의실이 남녀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신발을 벗는 곳이 없고 그러다보니 개인이 갈아입을 수 있는 화장실 한칸만한 공간을 탈의실로 쓴다.
특이한건 문이 앞 뒤로 달려있다. 앞문으로 들어와서 탈의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 반대편 문으로 나간다.
반대편 문은 신발을 신고 다니면 안돼는 영역이다. 그럼 거기에 개별 사물함이 있다.
이제 거기에 내 신발 옷가지를 넣고 수건을 들고 수영장으로 향한다.
수영을 마치고 사물함으로 돌아가서 내 물건들을 챙긴 뒤 샤워를 하고 탈의를 하고 커다란 수건으로 몸을 돌돌 감싼 뒤에 다시 사물함으로 가서 내 물건들을 가지고 들어왔던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는다.
탈의실이 말하자면 신발을 벗는 중간 영역이 되는 셈이다.
조금 문화충격을 받았다.
신발을 벗는 곳과 탈의실이 분리되지 않아서 이렇게나 불편하다니!
그리고 한국보다 절도가 훨씬 많아서 뭘 믿고 샤워실에 내 물건이 든 가방을 걸어놓겠어!
등등
또 특이한건 수건을 가져가서 수영을 마치면 물기를 닦아준다.
나는 이걸 몰라서 오늘은 수건을 들고가지 않았다.
또한 수모를 쓰지 않는다. 수경도 없다.
그리고 맨발로 다니는게 아니라 (나만 혼자 오늘 맨발로 다녔다) 쪼리를 신고다닌다.
나한테 맨발로 다닌다고 뭐라고 하진 않았기 때문에 이건 자유인듯 하다.
또한 수업내용도 정말 다르다.
한국에선 항상 수업 첫날 발차기부터 시작했다.
여기는 첫날 발차기는 안하고 물과 일단 친해지는 연습을 했다.
1m 40cm 정도 되는 수영장에서 긴 스티로폴 막대기, 일명 수영누들을 들고 물에 몸을 담그고는 첨에 입까지 물에 잠기게 해서 숨을 내뱉는다. 물거품이 생기도록, 그 다음은 코, 그 다음은 수영누들을 앞으로 해서 발을 천천히 떼보기 등등 물에 대한 공포를 옅어지게 하고 물과 친해지는 연습을 한다.
그리고 나면 일단 평형 손동작을 먼저 알려준다.
그게 다였다.
뭔가 신기하면서 재밌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정말 내가 여기 수업을 마치면 발이 안닿는 곳에서도 수영이 가능한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이번 수영강습을 마치면 여기서 정기권을 끊어서 본격적으로 수영을 할 생각이다.
그리고 가끔 사우나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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