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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감정과 마리온은 내 Chef가 아니지만 어쨌든 이미지가 맞아보여서 가져왔다.

 

 

우리나라엔 또라이 질량 법칙이라는 단어가 있다.

한 직장에 무조건 또라이 한 명은 있다는 뜻이고 또라이가 없다면 본인이 또라이인지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말이다.

이건 전세계 공용인 것 같다.

우리 사무소는 좀 심각한데 그것은 바로 마리온 때문이다.

 

그녀는 정말 미쳤다. 

생김새에 대해선 구지 쓰지 않겠다.

독일에 와서 느낀건 이 사람들은 남이 무엇을 하건 개인주의가 심해서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마리온은 예외다. 예외.

 

그녀는 내가 생각하기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 편집증이 있고 노이로제가 있으며 열등감도 있는 것 같다.

나는 회사엔 일만 하자는 주의여서 누구와 항상 다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이 독일 놈들에겐 없는 일종의 동양 문화적 특유의 배려심까지 있으니 내가 얼마나 회사에서 친절했을까.

일을 할 때는 거의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조용하고 잘 웃고 반응도 열심히 해주었다.

이것이 문제였을까,

 

이제부터 그녀의 뒷담화를 시작해야겠다.

 

그녀는 정말 존. 나. 잔소리가 심했다. 원래는 내가 그녀의 옆에 앉지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그녀가 내 앞에 앉게 되었다.

원래 그녀의 자리는 내 자리였는데 굳이 그녀가 내 자리에 앉고 싶다고, 본인 목디스크가 있다나 어쩌나 하면서 양보를 해달라고 할 때도 흔쾌히 양보를 해주었다. 

또한 또라이답게 그녀는 회사 동료들과 자주 싸웠다. 말을 정말 족같이 하니까 별로 나쁜 말이 아닌데도 기분이 상한다.

그녀는 원래 건축사가 아니라 아우스 빌둥을 마치고 도면 그리는 사람으로 우리 사무소에 있었고 그러면서 비서일까지 대신하다가 몇 년 전에 비서를 새로 뽑게 되면서 비서일을 안 하게 되었다.

새로 온 비서에게 본인이 했던 것 대로 안 하거나 본인 성에 안차면 그때부터 족같이 잔소리를 해서 지금까지 온 모든 비서들과 싸웠다.

비서 한 명과 싸우고 그녀는 사장들에게 마리온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고 마리온은 해고당할 위험에 처했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마인드로 내가 마리온을 대변해주면서 그녀는 해고 위험에서 벗어났다.

사실 마리온의 유일무이한 장점은 공평하단 것이다. 지랄을 해도 차별하지 않고 모든 동료들에게 공평하게 뭐라 한다. 

단, 본인에게만 존나게 관대하다.

그리고 도와달라고 하거나 팁을 달라고 하면 존나 잘 챙겨줌

 

그녀는 특히 앞자리에 앉은 나에게 존나게 잔소리했는데 예를 들면 내 자리에 조금 지저분하면 잔소리,

주말에 어디 놀러 간다고 코로나 시국인데 조심성 없다고 잔소리 어쩌라고

그 수많은 잔소리를 견디던 나였다.

 

하지만 난 원래 성격이 좋은 게 좋은 거란 성격이 아니고 부딪치고 싸우는 성격인데

회사에선 최대한 눌렀는데 그것이 이번에 폭발을 했다.

 

우리 회사에서 잡지나 뉴스레터가 종이로 오면 그것을 직원들끼리 돌려보면서 그 위에 내 이니셜을 적고 다른 직원에게 넘긴다. 나는 그거 볼 시간이 없어서 까먹고 내버려둘 때가 있는데 2주 전엔 까먹지도 않았고 한 번 두 번 정도 돌린 후였다.

하지만 딱 하나의 신문을 까먹고 오래전부터 내 책상 위에 있었다.

마리온은 그걸 가지고 지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신문 뒤엔 잡지 두 권이 있었는데 그건 돌려보는 게 아니라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소장이 나에게 참고하라고 준 것이었다.

마리온은 그걸 가지고도 참견질을 했다 그건 돌리는 거 아니냐면서,

그때 내가 폭발했던 것 같다. 마리온은 그걸 돌려보는 직원 대상도 아닐뿐더러 거기에 있는 정보를 놓쳤다고 나에게 불평하는 직원도 없었고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지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거 하나 까먹었고 좀 친절하게 말해주면 안 되냐고 물어보았다.

"Kannst du das einfach nett sagen?"

그랬더니 돌아오는 그녀의 대답 "Nein!"

진짜 여기서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분노했다.

이런 미친 여자를 보았나.

이 여자와는 다신 상종을 하지 않겠노라고 맹세했다.

 

그리고 철저하게 무시하기 시작했다. 보통 사무실에 오면 인사를 하는데 나는 그녀만 빼놓고 한다. 그녀가 나에게 인사를 하면 모니터를 보며 아주 작고 빠르게 대답할 뿐이다.

뭘 나에게 물어보면 그녀를 쳐다도 안 보고 대답한다. 작고 빠르게.

그러더니 5일 후 그녀는 나에게 "언제부터 나랑 다시 이야기할 거야?"라고 태연하게 물어보았다.

와우.

나는 다시 분노했다. 저 이야기는 마치 지는 잘못이 하나도 없고 나만 졸라 삐졌는데 그 화는 언제쯤 사라지니?

라는 뉘앙스로 들렸기 때문이다.

나는 너랑 전혀 다시는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Keine Lust mehr."

 

그리고 3주가 지난 거 같다.

오히려 나의 마음은 매우 평온해졌다.

그녀를 무시하기 전엔 가끔 그녀의 잔소리와 씨씨티브이 같은 도 넘은 참견 그리고 때때로 족같이 말하는 것 때문에 혼자 스트레스를 받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의 얼굴이 내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불편하지만 저런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고 또한 나도 그녀에게 스트레스를 주니까 너무 꼬시다.

 

그리고 정말 웃긴 건 내가 진짜 스트레스받는 그녀의 행동 중 하나가,

그녀는 전화를 받고 이상한 전화 거나 어이없는 전화를 받고 나면 수화기를 쾅하고 세게 내려놓는다.

진짜 일하고 있다가 그거 때문에 깜짝 놀라고 기분 나쁜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내가 무시를 하고서부터 그 행동이 완전히 사라졌다.

정말 나를 얼마나 함부로 생각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녀는 정말 이상하다.

그녀때문이라도 회사를 이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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