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다.
내가 결혼을 하다니.
결혼을 하였다.
마르쎌과 어언 1년쯤 만났을 때 나는 한국을 아직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독일에서 살려면 울타리나 뭐 좀 결속력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르쎌한테 먼저 제안했다.
" 혹시 너 결혼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니? 난 우리가 2년쯤 사귀고 나면 결혼하고 싶은데 결혼 생각이 없으면 말해줘, 다른 이를 찾아봐야 하니까 ^^"
마르쎌은 급 당황을 하며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하. 까였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마르쎌이 오케이 했다.
내가 먼저 프러포즈를 한 것이었다.
작년에 올해쯤 한국에서 전통혼례를 하자는 계획을 짜고 가족과 상의를 했다.
그리고 올해 5월에 결혼식 전에 한국에 들어가서 가족들에게 마르쎌을 소개해주고 친구들을 만나 청첩장 약속을 잡고..
사실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약속을 못 잡은 것도 허다했음 ㅠㅠ
그리고 우리는 9월에 결혼을 했다.
수많은 친구들의 결혼식으로 결혼식장을 가면 나는 그 엄숙한 분위기가 싫었다.
고작 하루 몇 시간 뭐 세리머니를 하는 건데 마치 엄마나 친구들은 내가 어디 가는 듯이 울고 신부도 울고,
그런데 다음날 되면 난 그냥 남편과 같이 살뿐, 직업이 바뀌는 것도 없고 생활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 왠지 울었던 그 당시의 내가 머쓱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난 누구랑 결혼하던 전통혼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 주변에 전통혼례 한 사람이 암도 없기도 했고 이미 결혼한 친구들의 결혼식을 봐서 그런지 눈은 높아져있고 ㅎㅎ
그 눈에 맞추기엔 나의 예산은 부족하고 그래서 난 판을 바꿔서 그냥 전통혼례를 하기로 했다.
그러다 마르쏄을 만났으니 뭔가 의미도 더 더해졌다.
청첩장도 직접 만들고, 엄마와 연락하며 식장도 정하고
평소에 눈여겨보고 있었던 주얼리 디자이너 분에게 주문 제작해서 반지도 제작하였다.
식장은 온양 민속박물관에서 하기로 했다. 의미가 있었던 게 이 박물관은 이타미 준이 설계한 것이다.
뭐랄까 처음부터 결혼식 장소까지 뭔가 내게 의미로 다가온다는 게 너무 좋았다.
결혼식 일주일 전에 한국에 도착했지만 시부모님과 같이 와서 그런지 힘든 일정이었다.
결혼식 당일에는 선선할 거라고 생각했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태풍 때문에 폭염주의보로 30도를 찍고.. 하지만 비는 오지 않아서 다행히 야외 결혼식을 할 수 있었다.
너무너무 정신없고 힘들어서 아 이래서 결혼은 한 번만 하라는 건가?
아님 한 번만 하고 다시는 생각도 안 나게 이렇게 힘든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온 손님들도 정신없이 맞이하고 식 치르고 해서 더 정신없었다.
무튼 그래도 잘 끝났다는 거.
제일 좋은 점은 결혼식이 엄숙하지 않고 즐거운 뭔가 행사 같았다고 다들 이야기해줘서 너무 좋았다.
딱 내가 원했던 분위기였다.
독일에서 시청 결혼식을 하기 위해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고,
아마도 시청 결혼식은 가족들 사정에 따라 내 후년이 될듯하다.
시청 결혼식 땐 어쨌든 드레스를 입어야 하니... 조금은 몸 관리를 이제부터라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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