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생활] 이직을 하다.

2022. 12. 12.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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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에 독일에 와서 2020년 2월부터 지금 있는 회사에서 일을 하였다.
어학도 한 6개월 한 나를 왜 뽑아 줬는지 조금 궁금했지만, 처음에는 고마워하면서 열심히 다녔던 것 같다.
솔직히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나 혼자 그리고 소장이랑 이렇게 둘이서 한다. 두 명이 할 건 못되지만 어쨌든 1인분의 역할을 이 회사에서 하고 있구나 하고 잘 다녔다.
하지만 너무 적은 휴가 일수와 급여를 굉장히 적게 올려줌 등으로 이직 결심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급여가 너무 적게 올라서 동기부여가 사라졌다.

올해 10월 즈음 나는.소장에게 정식으로 내 급여를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소장은 나를 20년차 경력의 직원과 비교하면서 너는 이렇게 일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아니 나도 여기서 20년차 있었으면 할 수 있지ㅎㅎ 이 대화가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

나는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과 소장이 공격을 들어오면 방어하며 나의 희망 연봉을 말했다.

소장은 한번 보자. 라고 말한 뒤 나에게 어떤 답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11월 오른 급여 명세서를 받았는데 내가 원했던 급여보다 50 €가 적게 들어온 것이었다. ㅎㅎㅎㅎㅎㅎ

이렇게 자린고비 같을 수가..
내가 진짜 뭐 엄청난 금액을 부른 것도 아니고 정말 현실성 있는 금액을 불렀다.
하지만 그는 그 금액을 무시했다. 나참. 솔직히 나가라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그 와중에 비서가 새로 왔는데 인종차별자였다.
대놓고 인종차별은 못하지만 내가 r발음을 못하는데 그걸 엄청 크게 웃더니 왜 못하냐고 되물음.
야 내가 그게 되면 독일인이지 너는 한국어 발음 제대로 듣고 말하긴 하니?
이밖에도 북한에서 왔냐고 물어봐서 아니라고 대답했는데 한 두 번을 더 진짜 아니냐고 물어보고,
이름 잘못 말하는 건 좋은데 그 뒤로 이상한 발음으로 네 번 더 말한다던지
진짜 개 뜬금없이 베트남에 있었냐고 물어본다던지,
처음 저 발음 사건만 빼고는 다른 것들은 많이 봐줘서 무지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실수라고 생각하지만,
저 보든걸 한 사람이 했다는 점. 저 모든 게 약 한 달 반 만에 일어났다는 점을 통해 나는 그녀를 인종차별 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실제로 네가 하는 행동은 인종차별이니까 조심하라고 말함.
그러고 그녀는 내가 없을 때 다른 동료에게 내가 왜 그런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마리온이 전달해줌 ㅎㅎ)

점점 더 회사에 정이 떨어졌고, 나는 이직을 하기로 결심, 이력서를 내기로 한다.
사실 이 결심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포트폴리오를 어찌 만들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나의 주된 프로젝트가 인테리어 쪽이었기 때문에, 도면을 많이 넣을 것도 없고, 지금 하고 있는 건 디테일 도면이 많은데 지난 2년간 했던 것들은 가구 도면이 주를 이뤘고, 색을 바꾸거나 기껏 한다는 건 건식 벽체 정도 그리는 것이었다.

그런 고민 와중에 그래도 우리 회사에서 가장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에게 (마리온 아님) 경력직 포트폴리오를 물어봤었다. 왜냐하면 그 동료는 우리 사무소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옮겼다가 다시 우리 회사에 들어온 케이스이다.

그 동료는 나에게 독일은 정보보호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네가 한 프로젝트의 리스트와 했던 업무수행 그렸던 도면 목록을 내면 된다고 했다.

밑져야 본전, 그냥 나는 일단 지난번에 만들어두었던 한국 포트폴리오와 동료가 이야기했던 대로 무엇을 중점적으로 했는지 리스트만 만들어서 일단 세 군데 회사에 뿌렸다.

한 군데는 산업시설 설계하는 회사A,

다른 한 군데는 지금 사무실 처럼 리노베이션 위주로 하는 회사B,

다른 한군데는 디자인적으로 좀 많이 접근하는 회사 C 였다.
급여를 이유로 그만둔 것이니 나는 그 회사의 프로젝트보다는 내가 어떤 노동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나를 중점적으로 보고 지원했던 것 같다.

그렇게 세 군데에서 지원을 하고 11월이고 하니 곧 연말이니 사람들이 직원을 많이 안 뽑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기다려보고 1월에 다시 공고 나오면 세 군데나 다섯 군데에 지원, 이런 식으로 천천히 지원을 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난 직업도 있고, 2020년에 회사를 들어갈때 하노버에 있는 대부분의 사무실에 지원을 하는 바람에
그들이 나를 기억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있었기 때문에, 사람을 뽑는다는 회사에만 지원해야지 하는 생각이였다.

디자인을 위주로 하는 것 같은 회사 C는 사실 내가 3년 전에 한번 지원을 한 회사 이기도 했다.
무튼 될 거라는 확신은 없는 채로, 지원을 했고 그다음 주의 월요일에 회사 B에서 연락이 왔다.
대박.
사실 이 세 군데 회사 중에 제일가고 싶은 회사였다.
프로젝트는 지금의 회사랑 비슷하게 리노베이션 위주로 하는데, 근무 환경이 좋았다.
28일 휴가 이틀 교육, 교육비 지원. 25시간제 시간 계좌를 만들어서 내가 유동적으로 시간을 적게 혹은 많이 일할수 있음.  10프로 넘게 야근을 할 경우 야근비 받을 수 있음. 휴가로 대체 가능.

지금의 회사
24일 휴가 이틀 교육, 교육비 지원 안 함. 시간 계좌 없음. 야근비 없음 야근을 휴가로 대체하려면 소장이랑 먼저 협의.
시간 유동적으로 쓰는 거 불가.

그래서 인터뷰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던 와중에 산업 시설하는 회사 A에서도 인터뷰 보자는 연락이 왔다.
대박.
3년 전엔 50개의 이력서를 뿌려서 5개의 인터뷰를 얻고 이 중 하나가 합격했는데..
지금은 3개의 이력서 2개의 인터뷰였다.
세상에나.

그리고 인터뷰를 봤는데, 그들은 나에게 독일 3년 차치고 독일어를 잘한다며 칭찬.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인터뷰를 마쳤을 땐 솔직히 느낌 같은 거 하나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니 너무 기대는 하지 말자라고 이야기했다. 또다시 생각해보니 약간 싸했던 말들도 많아서
그래 안 뽑힐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일단 산업시설하는 회사 인터뷰를 준비했다.
약간 준비하며 보니 이 회사를 가면 계속 산업시설만 그려야 하니까만약 이 회사가 지금 회사처럼 좀 구리다면 이 회사 다음은 내가 어디로 지원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에 봉착했고 합격하더라도 희망급여 줄 거 아니면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번째 회사 인터뷰는 정말 아무런 긴장 없이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역시나 3년 치고 독일어 잘한다라고 들어서 뭔가 좀 기분은 좋았다.

그러고 나서 앞서 봤던 회사에서 디테일한 것을 다시 이야기해보자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2차 면접을 보았다. 주로 급여 이야기를 나눴고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를 이야기했다.
소장이 두 명이라 두 명이랑 이야기하는데 한 소장이 계속 우린 노이 바우 그러니까 신축 프로젝트는 거의 없다고 자꾸 강조를 했다. 내가 내 이력서에 신축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안 썼는데.. 했는데 나중에 보니 한 직원이 프로젝트에 불만을 품고 그만둔 듯하다.

무튼 희망급여보다 살짝 깎여서 들어가게 되었다.
인터뷰 초반엔 3년 차 치고 좋은 내 독일어를 칭찬했다면 두 번째 인터뷰에선 그래도 부족한 내 독일어로 급여를 낮추었다. 아 어찌 이렇게 치사할 수가 했지만, 일단 약 한주나 되게 휴가가 늘어나고 교육비도 지원받으니까 따지고 보면 완전 이득이다. 그리고 팀작업을 위주로 한다고 해서 그것 또한 좋았다. 혼자 소장이랑 프로젝트 진행할 땐 얼렁뚱땅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팀작업을 하면 내가 체계적으로 시니어에게 어떤 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지 배울 수가 있으니까.

그리고 새로운 회사는 또 Allplan이라는 프로그램을 쓴다. 사실 레빗으로 일하고 싶었지만 뭐.
이 새 프로그램도 열심히 배워봐야겠다.

그래서 나는 다음 주 사표를 낸다 오예!!

한국에 있는 첫회사도 그렇고 독일에 있는 첫회사도 그렇고 나에겐 첫 연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모르고 어리숙하고 그렇게 똥차랑 지내다 보내고 그러고 나면 좀 더 사리판단이 분명 해지며 다음 차는 벤츠까진 아니더라도 운전할만한 차가 온다는 사실은 공통점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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