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독일어를 배우면서 느끼고 있는 문화적이고 언어적인 차이.

2021. 2. 1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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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루는 한국 문화를 정말 좋아한다. 흔히 방탄뿐만아니라 서울, 부산 그리고 한옥, 한복을 좋아한다.
그래서 한국어도 배웠고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종종 비 정기적인 탄뎀을 하곤한다.

탄뎀이란 내가 알기론 서로의 언어를 교환하고 배우는 일종의 모임이고 프로그램같은거다.
보통 나는 탄뎀을 하면 일회성으로 그치거나 여기 있는 대부분의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방탄만 좋아하거나 그러는데
일단 룸메여서 언어교환이 일회성으로 그칠리가 없고, 엡루는 한국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방탄 노래중심으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된다.
ㅎㅎㅎ 내가 사실 방탄같은 아이돌에 관심이 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주기적으로 못하긴하지만..... 띄엄띄엄 탄뎀을 하는데 그걸 하면서 느낀 몇가지 언어적 문화차이가 있다.

1. 한국어는 더 상황적이고 독일어는 좀더 주체적이다.
이 단어가 맞는지는 사실 모르겠지만 내 느낌으론 그렇다. 독일어는 좀더, 이 개인주의적인 독일사회성에 걸맞게 “나”로부터 시작된다.
한국의 언어는 “나”보다는 상황의 묘사가 더 많다. 맥락적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보면,
A가 생일이다. 가족들에게 생일선물을 기대하지만 가족들은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A는 그 상황에서 가족들에게 불평을 한다.
한국어 - 아 선물도 없고, 생일카드도 없네.
독일어 - Ich sehe weder ein Geschänk noch eine Karte. (직역하면 선물도 보이지 않고 생일카드도 안보이네)
물론 독일어로 다른 말로도 Es gibt kein Geschänk und keine Karte : 선물도 없고 카드도 없다.
라고도 많이 쓰이지만 처음 저 문장도 두번째 문장만큼 많이 쓰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나는~ 이라고 말을 잘 안한다. 하지만 여긴 내 입장에서 서술하는 방식이 굉장히 많이 쓰인다.
예전에 어디 티비프로인가 서양과 동양의 차이에 대해서 말했는데 사진을 찍을때 우리는 배경과 사람중심으로 찍고 서양은 사람중심으로 찍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고 진짜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언어의 차이에서부터 나타다니 정말 놀라웠다.
두번째 차이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2. 한국어는 모든 정보를 생략하고 중심 동사위주로 말한다. 반면 독일어는 누가 언제 어디서 뭘!을 다 말해야한다.
내가 독일어로 말하면서 제일 힘든부분이다. 한국의 언어는 예를 들면
와씨 지갑이 없어!!!!!라고 외치며 가방을 뒤지면 내 지인들이 알아서 헐? 잃어버렸어? 하면서 내가 처한 상황을 짐작하면서 알아서 이해한다.
여기는 좀다르다. 여기는 어? 나 가방안에 지갑이 없는데? 라고 정확하게 이야기해야한다. 아니면 어색하다고 한다.
이게 예를 들으니 대충 지갑이 없다고 해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모든 상황을 다 이렇게 이야기해야한다.
나는 특히나 한국어 사용에 있어서도, 내 글쓰기 수업때 교수가 가장많이 지적한 부분이 너는 글을 쓰면서 너무 많은 정보를 생략해버린다.
모든사람이 너가 알고있는 사실을 알고있다고 착각하지 말아라 였다.
나는 한국어 사용에서도 너무나 많은 정보를 안그래도 생략해왔는데 독일에서 이 한국어 사용하던 버릇대로 독일어를 쓰니 사람들이 이해를 하지 못한다.
다행히 룸메와 공부를 하면서 근본적인 내 원인을 찾았고 그 이후에는 정말 자세하게 이야기 하려고 노력중이다.

막상 글에다가 쓰려고 하니 예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마르쎌은 나에게 너가 말하는 건 정보가 빠져있다면서 엄~~~~~~~~~~청 지적을 해왔다.

한국에서도 너무나 많이 생략된 정보로 말하는 나를 이해못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는데 여기서 문법 파괴하면서 정보도 생략되면서 말하니...정말...
마르쎌의 고충을 이해하게 되었다.
안그래도 부정관사 정관사를 빼먹고 이야기하는데....후.... 여기서도 독일어 식으로 이야기하면
나는 그러지않아도 대부분 부정관사 정관사를 빼먹고 이야기한다.
라고 이야기 해야하는데..... 후...어렵다 독일어.....

3. 한국어는 감정 세분화가 잘되어있고 독일어는 동사세분화가 잘되어있다.
짧게 정말 짧게 독일에서 살았지만 그래도 느낀건 여기 사람들은 다른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읽는 부분이 좀 둔하다.
엡루는 터키인이라 한참 다르지만 독일적 문화배경을 가진 독일인들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좀 무디다. 그래서 그런가
한국엔 슲프다 라는 단어가 속상하다 서운하다 섭섭하다 억울하다 우울하다 울것같다 울적하다 이렇지만
독일어는 이렇게까지 세분화되어있지 않다.
대신에 독일어는 동사가 정말 많이 세분화되어있는데, 예를 들면
einschränken의 경우 임시적으로 제한한다 라는 뜻을 가지고있고
beschränken의 경우 법적으로 제한해서 계속 무기한으로 제한한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제한한다, 임시적으로 제한한다. 이렇게 앞에 시간적인 조건만 붙이고 동사를 똑같이 하는것과는 달리 독일어는 동사를 다르게 쓴다.


언어의 배움이 짧아서 아직 여기까지 밖에 차이점을 찾지 못했다.
여기서 하나 궁금한 점이 생기는건 이런 문화적 차이를 가졌는데 설계 디자인적으로는 어떻게 달라질수 있을까이다.
사실 1년동안 일해본 결과 건축설계에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거나 그런건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문화적 차이로 인해 관점의 차이가 분명이 있을테고 이게 건축적이나 디자인하는 것과 같은 창조적인 활동 측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가가 너무 궁금하다.
아 여기살면서 내가 나에대해 좀 새로 알게된 부분이 있다면
이런 차이점을 발견하고 느끼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 엄청나게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런 문화적 차이가 너무 재밌고 흥미롭다. 너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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