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내가 대학원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날이었다.
갑자기 같이 근무하던 친구가 "언니 이것 좀 봐요" 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들이밀었고 거기엔 배가 침몰하고 있었다.
그 후로 계속 우린 근무고 자시고 계속 새로고침과 동영상 뉴스를 보며 세월호 침몰을 바라만 봐야 했다.
처음엔 "모두 구조했다"라고 떴고 다시 그건 오보였고 그리고 날아오는 소식은 참담하고 암담할 수밖에 없었다.
울었고 사과했고 다짐했다.
그런 어이없는 죽음을 다신 듣지 않겠다고
그리고 8년이 흘러 나는 또다시 다시 목격하게 되었다.
이태원 핼러윈 파티.
3년 전에 나도 거기 있었다.
내 예전 회사는 심지어 이태원에 있어서 매년 거기를 지나쳤고 한 번은 작정하고 놀러 간 적도 있었다.
그 당시엔 해밀턴 앞 도로를 통제하고 그곳으로 사람이 다니게 해서 비슷한 규모의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불구 나는 한 번도 거기가 좁고 거기서 참사가 일어날 거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그런 참사가 벌어져야 했는가.
왜 구청장, 서울시장, 경찰청장, 대통령은 일을 하지 않았는가
왜 그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 부르는가
왜 근조리본을 달지 못하게 했는가
왜 놀러 가서 죽음을 당했다고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왜 사전에 준비하지 못했나
왜 수많은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그걸 다 무시했나
왜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하나
그들은 왜 처음부터 사과를 하지 않았는가
세월호는 아직도 원인이 미궁이다.
아직도 모든 것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는 다르다. 바다가 아니었고 그냥 도로였으며 누구나 한 번쯤은 가봤을듯한 서울 도심 한복판이었다.
내가 3년 전에 있었을 땐 경찰도 많았다.
그 많은 경찰들이 왜 그날엔 없었는가
세상에 많은 사람들은 정치를 혐오한다.
우리의 삶은 어느 것 하나 정치와 연결되지 않은 것들이 없다.
내가 내고 있는 세금, 냈던 세금, 학교 수업, 대학교 등록금, 도로, 지하철, 집세, 도시경관, 마트 물가, 치안
어느 것 하나 정치와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
왜 대통령을 뽑을 때 우리는 우리 애인 고르는 것만도 못하게 아무 생각도 없이 뽑을까
친구 애인을 데리고 와서 밥을 함께 먹으며 내 친구와 그의 애인이 잘 어울리는가를 볼만큼 우리는 그런 생각조차도 대통령 후보에게 할애하지 않는다.
내 이상형을 뽑거나 내가 결혼할 상대에 대한 기준은 그렇게 까다로우면서
왜 우리는 우리 삶에 전반적으로 걸쳐있는 정치적인 것들을 결정하는 결정자를 뽑을 땐 왜 그렇게 아무렇게나 뽑을까
결혼하고 싶은 사람 뭘 봐요? 성격, 정직성, 성실도, 유능함.. 등등
왜 우리 대통령 선거는 그렇게 보고 뽑지 않나.
정직하지도 않고 유능하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내 부동산가격, 내 자산을 올려줄 거라고 믿는 거지?
심지어 정치경력도 없었는데.
토론 한 번만 시청하면 그가 경제, 안보, 정치, 외교에 대해 얼마나 모르는지 알아챌 수 있었는데.
나는 이 참사를 오늘의 대통령을 뽑았으며 지금의 서울시장과 용산 구청장에게 투표한 모든 이들도 같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보수주의자여서 보수당 후보에 투표한 것뿐이다 라는 생각을 같은 사람들에게.
보수가 무엇이고 어떤 목표를 지향해야 하는 건지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앞서있다고 생각하며,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가 문제없다고 생각하며, 일본의 욱일기에 경례하게 하는 그게 보수인가?
'디알. >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일 뉴스, 막데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 테러, Besser erst mal nachdenken (3) | 2024.12.24 |
---|---|
오블완 3주 챌린지를 마치고 쓰는 후기, 글쓰기 습관 (4) | 2024.11.30 |
[월간기록] 병오월 - 몸도 마음도 바쁜. (0) | 2022.06.26 |
[포도알냠냠] 삶은 공평하지 않다. (2) | 2022.02.26 |
[독일어] 독일어를 배우면서 느끼고 있는 문화적이고 언어적인 차이. (2) | 2021.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