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기간에 하루 페인트칠하고 남은 삼일은 마르쎌네를 놀러와서 지냈다.
코로나 때문에 어디 못가고 날씨도 넘 추워져서 집에 박혀서 넷플릭스만 보았다.
이것 저것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시리즈를 찾고있는데 마르쎌이 자긴 한번 봤지만 볼만하다며 추천해줘서 나는 처음 마르쎌은 두번째로 보기 시작했다.

다 보고나니 여운이 꽤 오래남았다.
화이트 라인. 뭐 나는 길을 따라 찾아가는 여정인가 싶기도 했고 영화 처음 줄거리는 20년전 살해당한 오빠의 자취를 여동생이 추적했기 때문에
그의 발자취를 하얀 선으로 그린건가 싶기도 했으나 완전 다른 이야기였다.
인생, 관계 등 모든것에 걸친 넘지 말야할 선에 관한 이야기이다.
선을 넘지말아야할 행동, 선을 넘지 말야할 관계, 신기하게도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서양에서도 이 선을 그대로 라인이라고 표현한다는게 흥미로왔다.

영화의 배경은 선을 넘기 가장 쉬운 일탈의 공간 이비자섬이다.

이 영화가 좋았던 부분은 주인공의 행동의 앞서서 은유적으로 선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영화의 처음에도 코카인으로 하얀 선을 그려준다. 나는 그래서 처음에 마약범죄에 관한 이야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주인공인 여동생이 본인이 하는 결정적인 행동전에 은유적으로 도로위의 하얀 선이라던지, 배경을통해 선위에 서있는 걸 보여주면서
그녀가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을것인가 선을 넘지 않을것인가를 보여준다.
오빠의 행동들을 추적하면서 그녀는 본인의 오빠가 진짜 넘지말아야할 선들을 다 넘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 행동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주인공도 몇몇개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기도 안넘기도 하지만 결국엔 그녀는 진짜 넘지 말아야할 선은 넘지 않았다는 것과
본인의 방종에 대해 어른스럽게 책임을 지는 것으로 이 시리즈는 끝나고 그리고 이게 이 시리즈가 말하고 싶은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탈과 방종 타락 사이. 어디까지가 일탈이고 어디까지가 타락인걸까.
시리즈를 보는 내내 그 차이는 결국 본인의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는가. 지지않는가가 아닐까
라고 생각이 되었다.

또 이비자에서, 그리고 주인공의 오빠는 카르페디엠 그러니까 현재만을 위해 시속 160km로 달리는 생활만을 하고 있었다.
내일은 중요하지 않은 불나방처럼 살고 주인공은 항상 미래만을 위해 현재를 살아왔다. 안정적이고 평온한 그런 생활을 해왔다.
드라마는 이 두 상황이 둘다 옳지 않다고 이야기해준다. 결국 오빠는 그걸 후회하며 다시 태어나려고했고, 주인공은 미래를 위한 삶을 포기하고 현재를 살아가기로한다.
삶이란 아이러니한거 같다. 결국 둘다 자신이 가보지 않은 길을 위해 지금까지 온 길들을 버렸다.
드라마는 이것은 별로 중요치 않다고 이야기해주는 것같았다. 결국 중요한건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리즈는 두고두고 내 머릿속에서 여운이 남게되었다.
오빠가 잘 성공했다면, 아니면 주인공과 오빠의 아버지가 처음부터 잘 행동했다면, 아니면 주인공이 처음에 오빠를 따라 이비자를 갔다면,
그들의 인생은 조금더 달라졌을까?
그런 생각들과 함께 나는 어떻게 선택을 하고 책임을지며 일탈과 미래, 현재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잘 줄타기 할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나라면?


그리고 번외로 서양, 그러니까 미국 영국 유럽 등의 나라에서 나오는 시리즈들은 마약이야기가 꼭 나오는데, 마치 우리나라 드라마의 불륜처럼.ㅎㅎ
진짜 보면서 멋지다는 생각, 하고싶다는 생각보단 피폐해져가는 인간 군상을 바라보면서 쾌락을 쫒다간 저꼴이 나겠구나 하는 생각이든다.


이 시리즈는 겉으로보기엔 이비자 클럽, 화려하고 마약, 뭐 청춘 이런걸 그리는 것 같지만 나에게 있어선 커다란 인생의 주제가 시리즈를 관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주인공의 성격이 무지하게 답답해 보였지만 다 보고 나니 그 답답했던 선택들이 이해가 갔다.
시리즈 평점은 그리 좋은것 같진 않지만 난 주제가 맘에 들고 내 나름대로 여운이 남아서 나한텐 좋았다.

참고로 주인공의 오빠와 클럽 경비 역할로 나오는 복서가 그렇게 둘이 다르게 섹시할수가 없다.
나는 복서타입이지만 그래서 눈요기도 확실히 되었다. (사심한가득)

  1. 하니 2021.07.11 14:44

    복서 진짜 멋있지유ㅠ유넌너너ㅠ뉴ㅠㅠㅠ유ㅠ유ㅠㅠㅠ 대박이야 징챠.... 근데 와 언니 리뷰보니까 다시 보고 싶다!!!! 난 걍 별 생각 없이 봐서 좀 싱거운 느낌이 들었었는데 (+이비자 가고싶다) 언니 말 듣고보니 주인공 답답한게 이유가 있었구먼


내가 현재 살고있는 집은 2인 WG이다. 룸메이트 엡루는 7년동안 이곳에 살아서 처음엔 이사를 하고싶어했다.
지금 살고있는 집은 계약서 2011년껄 계속 넘겨받은거기 때문에 하노버치고 꽤 싼 월세를 주며 살고있었다.
나는 솔직히 이 집과 가격에 꽤 만족을 하고있었지만 엡루는 이사를 너무 하고싶어해서 알겠다고 하고 집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다행히(?) 엡루는 까다로운 조건으로 찾고 있는중이였고 거기에 맞는 집은 없었다.

우리집 부엌은 낡고 오븐은 고장났고 식기세척기도 없어서 나는 그냥 부엌만 새로 사는걸 제안했고 집도 못찾았기때문에 엡루는 나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지금 집의 페인트와는 다른 좀더 예쁜색으로 벽을 칠해보기로 했다.
지금 집은 복도는 분홍.... 부엌은 분홍 자주..... 왜 이런색으로 칠했을까....ㅋㅋㅋㅋㅋ
그래서 우리는 전체를 일단 다 하얀색으로 칠하고 포인트벽으로 부엌벽 하나 복도 벽 하나를 다른색으로 칠하기로 했다.
찾은 색은 어두운 파랑과 밝은 올리브색이다.

나는 한국에서도 페인트칠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기에 그냥 대충 졸라 쉬울꺼라고 생각했다.
무경험자의 멍청한 생각이였다.

일단 은근 꽤 필요한 물품들이 많았다. 나는 롤러 하나만 있음 될꺼같았지만, 그게 아니였다.
색을 담고 롤러를 문댈 통 여기선 Farbwanne(개인적으로 색욕조라는 이름이 뭔가 귀여웠음), 롤러가 닿지 못하는 곳을 칠해야하는 작은 크기의 붓들, 그리고 문과 벽 콘센트를 보호해줄 마스킹테이프 여기선 Klebeband(Malerband)라고 불리운다. 그리고 바닥을 보호해야할 덮개 여기선 Malervlies.
우리는 바닥보호덮개를 사지말고 그동안 모아둔 마트에서 받은 노랑 봉투 Gelber Sack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색도 처음엔 르꼬르뷔지에의 색으로 사려고했으나 한통에 80유로하는거 보고 그냥 다른 예쁜색으로 하자 ㅎㅎ 하고 간단히 포기했다.
색은 Schönen Wohnen의 Riviera 파랑색과 연한 녹색도 Schönen Wohnen 녹색으로 정했다.
칠하고보니 너무 이뻐서 놀람.

이 색이 확실하진 않지만 대충 이런색으로 함.
찐한 파랑인 Riviera





색을 칠할때 독일 벽이 울퉁불퉁해서 보이지 않는 구멍을 매우는게 조금 힘들었고 일단 칠하고 난 뒤 롤러를 바로 세척해야하는데 이 세척과정도 넘 힘들었다.
하지만 처음에 시험삼아 복도를 칠하고 그다음이 부엌이였는데 부엌이 복도보다 넓음에도 불구하고 한결 수월했다.
색을 새로 칠하니 뭔가 집도 더 커져보이고 분홍색 솔직히 내타입은 아니였어서 너무 이쁘고 좋았다.


복도 칠 전... 분홍색 벽이 시선강탈....



칠하고 난뒤. 어두운 파랑.



부엌의 녹색 새로 칠한 벽. 역시 너무 맘에 든다.




이제 다음주에 새 부엌이 오고 또 한번의 설치공사를 거치면 새로운 부엌이 탄생할 예정이다.
또 엄청난 고난과 시련이 기다리고있겠지만 잘 해봐야겠다.

  1. Hyedy 2021.04.05 19:08 신고

    저도 예전집에 페인트 칠 할 때 저 녹색이랑 베이지랑 고민했었어요ㅎㅎSchönen Wohnen에 예쁜 색 너무 많더라구요 주방에 새로 칠하신 녹색 넘 잘어울려요!!!

    • schönen Wohnen에 이쁜 색 정말 많아요 ㅜㅜ 고르느라 시간 걸렸어요 ㅋㅋㅋ 저 녹색이 칠하고 나니 더 이뻐서 한번더 놀랐어요 ㅋㅋㅋㅋ



엡루는 한국 문화를 정말 좋아한다. 흔히 방탄뿐만아니라 서울, 부산 그리고 한옥, 한복을 좋아한다.
그래서 한국어도 배웠고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종종 비 정기적인 탄뎀을 하곤한다.

탄뎀이란 내가 알기론 서로의 언어를 교환하고 배우는 일종의 모임이고 프로그램같은거다.
보통 나는 탄뎀을 하면 일회성으로 그치거나 여기 있는 대부분의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방탄만 좋아하거나 그러는데
일단 룸메여서 언어교환이 일회성으로 그칠리가 없고, 엡루는 한국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방탄 노래중심으로 가르쳐주지 않아도 된다.
ㅎㅎㅎ 내가 사실 방탄같은 아이돌에 관심이 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주기적으로 못하긴하지만..... 띄엄띄엄 탄뎀을 하는데 그걸 하면서 느낀 몇가지 언어적 문화차이가 있다.

1. 한국어는 더 상황적이고 독일어는 좀더 주체적이다.
이 단어가 맞는지는 사실 모르겠지만 내 느낌으론 그렇다. 독일어는 좀더, 이 개인주의적인 독일사회성에 걸맞게 “나”로부터 시작된다.
한국의 언어는 “나”보다는 상황의 묘사가 더 많다. 맥락적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보면,
A가 생일이다. 가족들에게 생일선물을 기대하지만 가족들은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A는 그 상황에서 가족들에게 불평을 한다.
한국어 - 아 선물도 없고, 생일카드도 없네.
독일어 - Ich sehe weder ein Geschänk noch eine Karte. (직역하면 선물도 보이지 않고 생일카드도 안보이네)
물론 독일어로 다른 말로도 Es gibt kein Geschänk und keine Karte : 선물도 없고 카드도 없다.
라고도 많이 쓰이지만 처음 저 문장도 두번째 문장만큼 많이 쓰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나는~ 이라고 말을 잘 안한다. 하지만 여긴 내 입장에서 서술하는 방식이 굉장히 많이 쓰인다.
예전에 어디 티비프로인가 서양과 동양의 차이에 대해서 말했는데 사진을 찍을때 우리는 배경과 사람중심으로 찍고 서양은 사람중심으로 찍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보고 진짜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언어의 차이에서부터 나타다니 정말 놀라웠다.
두번째 차이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2. 한국어는 모든 정보를 생략하고 중심 동사위주로 말한다. 반면 독일어는 누가 언제 어디서 뭘!을 다 말해야한다.
내가 독일어로 말하면서 제일 힘든부분이다. 한국의 언어는 예를 들면
와씨 지갑이 없어!!!!!라고 외치며 가방을 뒤지면 내 지인들이 알아서 헐? 잃어버렸어? 하면서 내가 처한 상황을 짐작하면서 알아서 이해한다.
여기는 좀다르다. 여기는 어? 나 가방안에 지갑이 없는데? 라고 정확하게 이야기해야한다. 아니면 어색하다고 한다.
이게 예를 들으니 대충 지갑이 없다고 해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모든 상황을 다 이렇게 이야기해야한다.
나는 특히나 한국어 사용에 있어서도, 내 글쓰기 수업때 교수가 가장많이 지적한 부분이 너는 글을 쓰면서 너무 많은 정보를 생략해버린다.
모든사람이 너가 알고있는 사실을 알고있다고 착각하지 말아라 였다.
나는 한국어 사용에서도 너무나 많은 정보를 안그래도 생략해왔는데 독일에서 이 한국어 사용하던 버릇대로 독일어를 쓰니 사람들이 이해를 하지 못한다.
다행히 룸메와 공부를 하면서 근본적인 내 원인을 찾았고 그 이후에는 정말 자세하게 이야기 하려고 노력중이다.

막상 글에다가 쓰려고 하니 예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마르쎌은 나에게 너가 말하는 건 정보가 빠져있다면서 엄~~~~~~~~~~청 지적을 해왔다.

한국에서도 너무나 많이 생략된 정보로 말하는 나를 이해못하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는데 여기서 문법 파괴하면서 정보도 생략되면서 말하니...정말...
마르쎌의 고충을 이해하게 되었다.
안그래도 부정관사 정관사를 빼먹고 이야기하는데....후.... 여기서도 독일어 식으로 이야기하면
나는 그러지않아도 대부분 부정관사 정관사를 빼먹고 이야기한다.
라고 이야기 해야하는데..... 후...어렵다 독일어.....

3. 한국어는 감정 세분화가 잘되어있고 독일어는 동사세분화가 잘되어있다.
짧게 정말 짧게 독일에서 살았지만 그래도 느낀건 여기 사람들은 다른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읽는 부분이 좀 둔하다.
엡루는 터키인이라 한참 다르지만 독일적 문화배경을 가진 독일인들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좀 무디다. 그래서 그런가
한국엔 슲프다 라는 단어가 속상하다 서운하다 섭섭하다 억울하다 우울하다 울것같다 울적하다 이렇지만
독일어는 이렇게까지 세분화되어있지 않다.
대신에 독일어는 동사가 정말 많이 세분화되어있는데, 예를 들면
einschränken의 경우 임시적으로 제한한다 라는 뜻을 가지고있고
beschränken의 경우 법적으로 제한해서 계속 무기한으로 제한한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제한한다, 임시적으로 제한한다. 이렇게 앞에 시간적인 조건만 붙이고 동사를 똑같이 하는것과는 달리 독일어는 동사를 다르게 쓴다.


언어의 배움이 짧아서 아직 여기까지 밖에 차이점을 찾지 못했다.
여기서 하나 궁금한 점이 생기는건 이런 문화적 차이를 가졌는데 설계 디자인적으로는 어떻게 달라질수 있을까이다.
사실 1년동안 일해본 결과 건축설계에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거나 그런건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문화적 차이로 인해 관점의 차이가 분명이 있을테고 이게 건축적이나 디자인하는 것과 같은 창조적인 활동 측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가가 너무 궁금하다.
아 여기살면서 내가 나에대해 좀 새로 알게된 부분이 있다면
이런 차이점을 발견하고 느끼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 엄청나게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런 문화적 차이가 너무 재밌고 흥미롭다. 너무 신기하다.

  1. 비엔나댁 소아레 2021.03.16 06:31 신고

    독어와 한국어의 차이를 정말 잘 설명해주셨네요! 정보를 빼먹는다에 정말 공감합니다. ㅋㅋㅋ

    • ㅋㅋㅋ그러게요 한국인들은 눈치도 빠르고 맥락도 잘 알아채려서 정보를 생략해도 통하는게 많은거같아요 ㅋㅋ